[이코노 피플] "경영진 잘하면 노조도 잘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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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는 경영진을 비추는 거울입니다. 경영진이 잘하면 노조도 잘하게 되어 있습니다."

한국도요타자동차의 오기소 이치로(小木曾一郞.50.사진)사장은 26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주최한 '노사협력 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일본 도요타자동차는 1950년 노조가 75일간 총파업을 벌이는 등 극심한 분규를 겪은 뒤 새로운 노사관계 정립에 나서 53년 이후엔 무분규를 기록하고 있다.

오기소 사장은 "'노사는 한 축의 두 바퀴'이므로 동반자 의식을 갖고 서로를 존중해야 한다"며 "최근 닉 라일리 GM대우 사장이 '노사관계는 75%가 사용자 책임'이라고 말한 것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용자가 노조원에게 행사할 수 있는 힘이 강력한 것이 현실이며, 따라서 노조가 경영진을 동등한 위치에서 접한다는 것은 힘들다"면서 "경영진이 노조를 우호적으로 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재의 도요타 노조가 경영진의 들러리는 아니며, 노사 간에는 건전한 긴장감이 있고 시간외 근무 등은 반드시 노조의 사전동의를 얻는다고 덧붙였다.

오기소 사장은 도요타 노사관계가 잘 되는 이유로 '좋은 커뮤니케이션'을 꼽았다. 그는 "최고경영진과 노사간부 간 대화를 포함해 여러 단계에서 수시로 회의를 해 회사의 재정 상태, 사업 계획, 근로환경 개선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한다"고 말했다.

노조의 경영참여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오기소 사장은 "노조가 경영에 관여하면 경영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한다"며 "도요타 노조는 경영참여 대신 다양한 경로로 의견을 제시하는 비평가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그는 "도요타식 노사관계를 갖는 것은 쉽지 않지만 성공의 열쇠는 경영진의 노사관계 개선에 대한 강한 의지"라며 "이를 위한 예산과 시간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도요타 수준의 상호 신뢰와 협력에 이르는 매뉴얼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작지만 꾸준한 노력을 쌓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염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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