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전화기 안방비밀이 새 나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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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무선전화기 보급이 늘어나면서 혼선으로 본의 아니게 도청 당하는 등 사생활 침해와 도용으로 인한 전화요금 시비 등의 문제점들이 늘어나고 있다.
무선전화기는 통달거리가 장소에 따라 다르나 대개 반경 40∼1백m이내이므로 이 같은 문제점들은 흔히 이웃간에 생기게 된다. 무선전화기의 주파수가 같은 집끼리는 옆집의 통화내용을 본의 아니게 또는 장난 삼아 엿들을 수 있게 되며 반대로 자신의 전화통화를 옆집에서 들을 수도 있다·
서울 반포동 M아파트3××동 10층 5호와 3호, 5호와 8호 사이에 얼마 전에 혼신이 생겨 그 결과 어느 한 집에서는 남편의 비밀이 탄로나 부부싸움을 대판 벌인 적이 있었다. 전주에서는 같은 주파수를 가진 옆집 전화기와 연결되는 바람에 그 집 전화요금이 크게 늘어난 일도 있었다. A라는 사람이 자기집 무선 전화기를 이용해 B라는 사람의 전화번호로 통화를 한 것.
이 같은 무선전화기의 혼신과 도용은 국내 무선전화기용 허가주파수가 15개 채널로 제한돼 있는데서 빚어지는 현상. 즉 송수신주파수가 고정장치(송수화기 받침대)의 경우 송신이 46.510MHz에서 46.970MHz까지, 수신이 49.695MHz에서 49.970MHz까지(휴대장치 <송수화기>는 그 반대) 일정간격으로 15개의 채널로만 할당돼 있기 때문에 보급률이 높은 아파트 밀집지역에서는 통달거리 내에 같은 주파수로 된 무선전화기를 가진 가정이 있게 마련이다.
맥슨전자의 임동배연구원(31)은 『현재의 주파수 방식으로는 혼신이 불가피하다』고 말하고 도용은 휴대장치와 고정장치 사이에 비밀번호 장치가 있는 디지틀코딩방식 전화기로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런 혼신을 방지하기 위해 체신부는 7월 1일부터 현재의 단일 주파수방식에서 주파수 공용방식(MCA)으로 바꾸기로 했다. 이와 함께 무선 전화기용 주파수대에 950MHz대와 910MHz대를 추가, 40개 채널을 신설해 혼신과 잡음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MCA방식이란 사용주파수내에서 혼신이 없는 빈 채널을 자동적으로 선택, 또는 자동 전환해 통화할 수 있는 방식인데 전화기 값이 기존 무선전화기보다 비싸지게 된다.
임연구원이 조언하는 무선전화기 사용상의 주의 점은 다음과 같다.
▲통화중 갑자기 잡음이 생기거나 다른 사람의 통화내용이 들리면 혼신에 의한 것으로 근처에 같은 채널의 무선전화기가 있다는 뜻이므로 메이커에 연락해 주파수가 다른 전화기와 교환하거나 다른 채널로 바꾸도록 한다.
▲무선전화기는 정전이 되면 사용할 수 없으므로 일반전화기와 함께 사용하도록 하고 중요한 내용은 일반전화기를 이용하도록 한다.
▲휴대장치를 너무 오랫동안 내려놓으면 전지가 충전되지 않으므로 장시간 사용하지 않을 경우에는 고정장치에 올려놓도록 한다.
▲무선전화기는 내부회로가 복잡해 온도와 습기에 민감하고 충격에 약하므로 온도가 높거나 습기가 많은 곳은 피하고 떨어뜨리지 않도록 주의한다.
▲TV나 냉장고 등 가전제품이나 형광등의 방해전파에 의해 잡음이 생길 수 있고 밀폐 된 곳이나 장애물이 많은 곳에서도 통화상태가 나빠지기 때문에 이런 곳은 피하도록 한다.
▲고정장치의 안테나는 항상 뽑아 놓고 휴대장치의 안테나는 사용할 때만 뽑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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