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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대전 점수평가제 마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지난 4월 창립총회를 가진 한국서예협회가 최근 제 1회 대한민국서예대전개최요강을 발표한데이어 20일에는 대전운영을 위한 공청회를 열고 국전이래 난맥을 보여온 서예공모전의 위상재정립과 관련한 제반문제점들을 폭넓게 점검했다.
예술의 전당 서예관에서 열린 이날 공청회에는 전국의 서예관계자 3백여 명이 참석, 서단 양분사태이후 미협과 서협 양측에서 마련중인 같은 명칭의 서예대전을 둘러싸고 내외에 일고있는 관심의 열기를 반영했다.
특히 이번 공청회는 미협과 서협에서 지난주 발표한 대신 개최요강이 명칭은 물론, 모집부문·작품규격·출품요령·수상 내용이 똑같고 시기마저 서로 비슷하게 엇물리는 등 대전분리개최의 명분과 당위를 크게 잃고 있다는 일반의 비난이 비등하는 시점에서 열린 것이어서 한층 주목을 모았다.
「역대 국전 및 대전 운영제도의 변천사적 고찰」이란 제복으로 첫 발제 강연을 한 박병천씨(인천대교수)는 『서예부문을 중심으로 한 국전 및 대전의 심사운영제도에 많은 무리와 문제점이 게재돼 있었다』고 밝히고 이를 상세한 통계자료를 곁들여 설명했다.
그는 지금까지 드러난 서예부문 심사의 중요한 문제점으로 ▲심사위원 1인당 심사작품 수가 다른 부문에 비해 너무 많이 책정돼왔다는 점 ▲역대 심사위원과 수상자가 대부분 인맥에 얽혀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등을 들었다.
그는 『오자·탈자』까지 식별해내야 하는 서예심사의 경우 직관만으로도 선별이 가능한 한국화·양화 등에 비해 배 이상의 노력이 요구됨에도 불구하고 서예심사위원들에게 오히려 다른 부문보다 더 과중한 비율로 짐을 지우는 무리를 범해왔다』고 지적하고 특히 『역대 서예심사위원과 수상자들의 대다수가 특정 인맥계열에 소속된 인사들이었다는 사실은 바람직한 심사운영제도의 정립을 위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사항의 하나』라고 역설했다.
서예가 김양동씨는「서예공모전의 위상과 정립」이란 발제에서 『미협과 서협이 이미 똑같은 내용의 서예대전 개최를 선언한 만큼 양측의 성패는 상대적 선명성과 공정성, 그리고 각기 배출하는 수상자의 실력수위가 판가름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진단하고 『이제는 서예인들도 서예공모전입상에 모든 것을 거는 과대망상적 가치관을 버리고 조용히 자기연마에 몰입하는 대승적 태도를 가다듬을 때』라고 주장했다.
원로서예인 정주상씨는 더 나아가 서예공모전의 응모단계를 이분화하여 서실기의 경우 제 1부에서는 전·예·해·항·초 및 한글정자·흘림의 7체에 대한 임서 능력을 심사, 2부응모의 자격을 주도록하고 제2부에서는 창작능력을 심사하되 2∼3회의 특선을 거쳐야만 기성대우에 이를 수 있도록 제도화해야 하며 매회 석상휘호를 병과시켜 진짜 실력을 가늠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심사방법에 있어서도 지금까지 관례로 돼 왔던 협의심사제를 지양하고 새로 점수평가제를 도입, 작품마다 각 심사위원들의 평가표를 공개함으로써 응모자는 물론 누구라도 이를 작품과 대조해볼 수 있도록 해야 심사의 객관성이 확보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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