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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개월 재임, 끝내 빈 손'...중국 축구 못 바꾼 '명장' 리피

중앙일보

입력

마르첼로 리피 중국 축구대표팀 감독. [신화=연합뉴스]

마르첼로 리피 중국 축구대표팀 감독. [신화=연합뉴스]

 2년 3개월. '대륙' 중국 축구를 맡은 마르첼로 리피(71·이탈리아) 감독의 재임 기간이었다. 그러나 마지막은 씁쓸했다.

리피 감독이 이끄는 중국은 25일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의 모하메드 빈 자예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축구 8강전에서 이란에 0-3으로 완패했다. 앞서 조별리그 3차전에서 한국에 0-2로 패했던 중국은 16강전에서 태국에 2-1로 역전승을 거둬 고비를 넘는 듯 했지만 AFC에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 가장 높은 이란(29위)의 벽을 넘는데는 실패했다.

경기가 끝난 뒤 리피 감독은 중국대표팀 감독직에서 물러났다. 이미 리피 감독은 중국축구협회와 이번 대회를 끝으로 작별하기로 한 상태였다. 그는 "중국을 이끌어 매우 기뻤다. 앞으로도 더 발전할 거라 믿는다"는 말로 마지막 인사를 했다. 그러나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 이탈리아의 우승을 이끈 '명장' 리피 감독은 끝내 중국 축구를 탈바꿈한데는 실패했다.

마르첼로 리피 중국 축구대표팀 감독. [AP=연합뉴스]

마르첼로 리피 중국 축구대표팀 감독. [AP=연합뉴스]

리피 감독은 지난 2016년 10월,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에서 1무3패로 조 최하위에 머물러있던 중국을 구해내야 하는 임무를 받고 감독직에 올랐다. 2013년 광저우 헝다를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으로 이끄는 등 중국 축구의 또다른 가능성을 제시했던 그는 중국 축구대표팀을 확 바꿀 것이라는 기대감 속에 취임했다. 취임 초 중국의 분위기도 좋았다. 2017년 3월 중국 창사에서 열린 월드컵 최종예선에서는 한국을 1-0으로 누르기도 했다.

리피 감독 체제에서 월드컵 최종예선 6경기를 3승2무1패로 치른 중국은 탈락에도 가능성을 확인하면서 다음을 기약했다. 그러나 월드컵 예선 이후 행보가 급격히 떨어졌다. 지난해 초 열린 차이나컵에서 웨일스에 0-6, 체코에 1-4로 대패하면서 세계와의 벽을 실감했다. 이어 카타르에 0-1로 패하고, 바레인, 인도와 0-0으로 비기는 등 3경기 연속 무득점 빈공에 허덕이기도 했다. 오히려 경쟁력이 뒤떨어진 중국은 끝내 아시안컵에서 아시아 강호 레벨의 한국, 이란을 넘지 못하고 8강에서 주저앉았다. 성과를 내고 중국 축구와 결별하려 했던 리피 감독의 바람도 허무하게 무너진 순간이었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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