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35세 ‘셀프 대통령’ 과이도…트럼프도 “그가 대통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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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시민들이 23일(현지시간) 카라카스에서 마두로 대통령 퇴진 시위에 참가해 손을 들어 의사 표시를 하고 있다. 이날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은 자신을 ‘임시대통령’으로 선언했다. [AFP=연합뉴스]

35세 정치 신예가 혼돈의 베네수엘라를 되살릴 구세주로 떠올랐다.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 퇴진운동의 선봉에 서서 전격적으로 ‘셀프 대통령’을 선언한 후안 과이도(35·사진) 국회의장이다. AP통신 등 외신은 23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임시 대통령’을 자임하며 반정부 시위에 나선 과이도 의장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 등 주요 국가가 이날 일제히 지지를 선언했다고 전했다.

마두로 퇴진운동 이끈 국회의장 #중산층 가정 출신 미국 유학파 #마두로는 “미국과 단교” 선언

국회의장 취임(지난 5일)전까진 해외에 거의 알려지지 않은 과이도는 지난 10일 마두로 대통령이 불법 선거 논란 속에 두번째 임기를 시작한 이틀째인 11일 스스로를 임시 대통령으로 선언했다. 트위터에도 “베네수엘라는 오늘 거리에서 다시 태어나 자유와 민주주의를 추구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후안 과이도

“마두로는 불법 대권 찬탈자”라는 그의 호소에 맞춰 23일 수만 명의 군중이 수도 카라카스에서 국기를 흔들며 대통령 퇴진과 재선거를 요구하는 가두행진을 벌였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날 “과이도 의장을 베네수엘라의 합법적인 대통령으로 공식 인정한다. 다른 서방 국가들도 동참해달라”는 성명을 냈다.

과이도는 1983년 7월 베네수엘라 항구도시 라과이라의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났다. 15살이던 99년 대규모 산사태로 수천 명이 숨진 가운데 그와 가족들은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다고 한다. 수도 카라카스의 안드레스 베요 가톨릭대에서 산업공학을 전공했고 미국 조지워싱턴대를 포함, 2곳에서 행정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과이도는 2007년 당시 우고 차베스 정권의 방송 장악에 반대하는 학생 시위 때 지도자로 부상했다. 2009년 ‘대중의 의지’(Voluntad Popular·VP)라는 정당을 창당했다. VP의 ‘간판’격 지도자 레오폴도 로페스가 2014년 반정부 시위 조장 혐의로 가택연금에 처하면서 정치 일선에 나섰다.

VP가 속한 야권 연합은 2015년 총선에 승리했지만 2017년 마두로 대통령은 제헌의회라는 별도 기구를 설립하면서 의회는 무력화한 상태다. 마두로는 지난해 5월 대선에서 68% 득표율로 재선에 성공했지만 부정 선거 논란에 휩싸여 있다.

베네수엘라의 근본적인 문제는 좌파 정부의 정책실패에 있다. 유엔은 지난해 6월 기준 베네수엘라인 230만명이 콜롬비아, 에콰도르, 미국 등으로 떠났다고 밝혔다. 전체 인구(3280만명)의 7%다. 지난해 10월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베네수엘라의 물가 상승률이 1000만%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베네수엘라의 커피 한 잔 값은 1년 사이 0.45볼리바르에서 800볼리바르까지 올랐다. 18만% 상승이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을 비롯해 캐나다,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미주 13개국은 지난해 베네수엘라 대선을 부정선거로 규정하고 마두로를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반면 쿠바, 볼리비아 등 좌파 정부 국가와 러시아, 터키 등은 인정한다는 방침이다.

현 집권세력의 저항은 만만찮다. 마두로는 맞불 시위에 나선 지지자 수천명 앞에서 “제국주의 미국 정부와 정치·외교 관계를 끊기로 결정했다”며 “모든 미국 외교관이 떠날 수 있도록 72시간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AFP 통신은 22일 밤 시위로 13명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