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씨 헌납자금 출처 파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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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여야 중진회의의 합의로 전두환 전 대통령의 국회증언이 7월 임시국회에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전씨가 지난해 헌납한 1백 39억원 중 일부를 청와대측이 보조했다는 내용 등이 부분적으로 재론돼 여야간에 정치쟁점으로 부각되고 있으며 앞으로 전씨 증언에서 중심문제로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전씨 측에 따르면 지난 87년 전 당시대통령이 2천여억원의 정치자금을 만들어 민정당과 노태우 당시대통령 후보에게 지원하고 청와대를 떠날 때 5백 50억원을 노태우 대통령에게 인계했다는 것이다. <관계기사 3면>
또 전씨가 지난해 11월23일 백담사로 은둔하면서 정치자금 잉여분으로 1백 39억원을 헌납한다고 내놓았으나 전씨 측이 실제로 보유한 돈은 1백억원 미만이었으며 나머지 부분은 청와대측에서 보탰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월간조선』 6월호는 전씨가 노 대통령에게 5백 50억원을 인계했고 국가에 헌납한 1백 39억원 중 89억원이 전씨 소유이며 50억원이 청와대에서 보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전씨 측근 이양우 변호사는 22일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확인을 거부했다.
그러나 당시 이 문제에 개입했던 여권의 한 고위소식통은 정치자금 규모에 대해서는 확인하지 않았으나 전씨가 헌납한 1백39억원의 정치자금 잉여분에 대해서는 『국민이 납득하는 선에서 결정이 됐다』고 해여론을 무마하기 위해서는 1백억원 이상의 정치자금을 내놓아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일부 외부자금이 지원됐을 가능성을 시인했다.
야 3당은 22일 각기 간부회의를 열고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잉여정치자금 조작설을 논의, 일단 여야중진회의에서 이 문체를 제기해 정부·여당 쪽으로부터 사실여부를 확인한 후 대응방안을 밝히겠다는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평민당은 이날 총재단 회의에서 전 전대통령이 헌납한 정치자금액수의 조작설을 논의, 이 문제를 여야 중진회의에서 정식으로 거론하여 진상을 파악키로 했다.
이상수 대변인은 회의 후 『이 문제가 향후 정국에 미칠 파문을 고려하여 총재단 회의에서 일단 거론했다』고 밝히고 『그러나 우선은 진상파악이 중요한 만큼 중진회의에 이 사안을 제기하여 여당 측으로부터 사실여부에 대한 확인절차를 밟겠다』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사실여부가 확인된 뒤 그에 대한 평민당의 입장을 정리하겠다』며 논평을 유보했다.
민주당은 전씨의 국회 증언 때 이 문제를 집중 추궁키로 했다. 민주당은 야당이 지목한 5공 핵심인사 중 정치자금 조성과 관련된 이원조 의원(민정)의 정치적 처리를 중진회의에서 관철키로 했다.
이기택 5공 특위 위원장은『전씨의 국회증언에 정치자금 조성 및 사용 등에 대한 진실이 밝혀져야 한다』고 말하고『특히 이원조 씨의 역할과 1백 39억원 부분에 대해 전씨가 진실을 말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화당은 22일 확대간부회의에서 전 전대통령의 국회증언 때 정치자금의 내용과 6·29선언의 진상을 밝히기로 했으나 국회차원의 조사 등은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김용채 총무는 이날 『전 전 대통령의 증언으로 사실을 밝히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하고 『국회차원의 진상조사 등은 현 단계로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한편 청와대 당국자는 22일 전두환 전대통령이 국가에 헌납한 재산 1백39억원 중 50억원 을 노태우 대통령이 보탰으며 노 대통령은 전 전 대통령으로부터 5백50억원의 대통령 선거자금 잉여분을 넘겨받았다는 얘기에 대해『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이 당국자는 『그같은 익명의 무책임한 주장으로 우리사회에 불신을 조장하는 것은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서 바람직하지 않으며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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