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사체(Launching Vehicle)를 한 번 쏘아 올리는 데 최소 700억원의 비용이 투입된다. 그러나 스페이스X는 발사체 재사용 기술을 개발해 이를 절반 가까이 줄였다. 유럽의 경쟁업체가 같은 기술로 스페이스X를 따라잡으려면 10년의 세월이 걸릴 수도 있다”
김진한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발사체엔진개발단장의 말이다. 발사체 재사용 기술로 세계 우주 시장에 파란을 일으킨 스페이스X 사가 유럽의 대표주자 아리안스페이스를 긴장시키고 있다. 영국 로이터 통신은 23일(현지시각) 아리안스페이스 사가 스페이스X와의 경쟁에 따라 자사의 발사 비용을 대폭 낮출 것이라고 보도했다. 당초 아리안스페이스는 현재 개발 중인 차세대 발사체 ‘아리안6’의 발사 비용을 40%까지 줄이다는 계획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스페이스X와의 경쟁이 격화함에 따라 기존 사용중인 아리안5에도 발사 비용 절감을 시행할 것으로 보인다.
추력 올려 인공위성 많이 싣고, 부품 통합...세계 곳곳 발사 비용 절감 경쟁
비비안 쿼넷 아리안스페이스 아시아-태평양지역 영업 담당 이사는“설계를 수정하고 대량생산을 촉진해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를 따라잡을 계획”이라며 “그간 가격 인하 측면에서 많은 노력을 기울인 만큼 전망이 매우 밝다”고 밝혔다. 김진한 단장은 아리안스페이스의 이같은 발표에 대해 “1단 추진체의 엔진 추력을 20% 높이되 가격은 올리지 않는 방법을 택했다”며 “이 경우 1회 발사에 탑재할 수 있는 인공위성 수가 많아져 수익이 올라갈 수 있다”고 해석했다. 또 엔진 부품의 90%를 통합(parts-count)해, 엔진 가격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노즐 비용을 절감하는 방안도 병행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스페이스X로 촉발된 긴장감은 아리안스페이스 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록히드 마틴과 보잉사의 합작 회사인 ‘유나이티드론치얼라이언스(ULA)’는 지난주, 가까운 시일 내 새로운 벌컨 로켓의 최종 설계 검토를 마치고 스페이스X와 경쟁할 수 있도록 발사가격을 낮추겠다고 밝혔다. 독일과 프랑스는 스페이스X와 같은 발사체 재사용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칼리스토 프로젝트’를 협력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약 13.4m의 소형 로켓을 사용해 테스트를 진행하고, 로켓 재사용을 통한 수익성 테스트를 먼저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스페이스X, 직원 6000명 중 10% 해고 시사...발사비용 절감 박차
그러나 이들 경쟁업체가 스페이스X를 따라잡기는 당분간 힘들 것으로 보인다. 경쟁 업체가 아직 로켓 재사용 기술을 완성하지 못한 데다, 스페이스X 역시 발사 비용을 줄이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윈 샷웰 스페이스X 최고운영책임자(COO)는 11일 “조직을 보다 ‘군살 없이(leaner)’ 만들어야 한다”며 직원 6000명 중 10%를 구조조정할 것임을 시사했다. 스페이스X에 앞서 최초로 재사용 로켓을 개발한 제프 베저스의 블루 오리진도 ‘뉴 셰퍼드(New Shepard)’라는 재사용 로켓을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고도 100㎞까지만 올라가는 특성상 스페이스X의 팰컨-9과 직접 비교하기는 힘들다는 게 과학계의 평이다.
한편 미국 인공위성산업협회(SIA)는 인공위성을 쏘아 올려 주는 발사체 서비스 시장의 연간 규모가 55억 달러(한화 약 6조 2155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해, 향후 이같은 발사 가격 인하 경쟁이 심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리안스페이스의 대주주인 아리안그룹은 22일, 유럽우주청(ESA)과 계약을 체결하고 2025년 달 표면의 퇴적물 ‘레골리스’를 채취해 산소와 물의 원료로 활용하는 연구 프로젝트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