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내생각은

'6.25'를 잊지 말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3면

56년 전 북한 김일성 집단은 소련제 탱크로 중무장하고는 기습 남침을 했다. 3년여간 피비린내 나는 동족상잔의 전쟁을 치르면서 400만 명에 이르는 인명이 희생됐고, 삼천리 금수강산은 잿더미로 변했다. 그러나 우리 선배들은 풍전등화의 위기에서 우국충정의 일념으로 이 나라를 지켰다. 그리고 폐허 속에서 우리나라가 세계 11위권의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하는 기적을 일궈냈다. 오늘날 우리가 향유하는 자유와 민주주의, 경제 번영은 호국영령과 참전노병들의 피와 땀으로 점철된 불멸의 공 덕분이다.

그러나 오늘의 현실은 어떤가.

조국의 수호신으로 우뚝 서야 할 호국영령들은 이미 잊혀진 영웅이고, 존경받아야 할 참전노병들은 반통일 보수세력으로 매도돼 있다. 한물간 세대이고 개혁의 걸림돌이 될 뿐이다. 이름도 모르는 이역만리 한국 땅에서 오직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싸웠던 자유 우방들은 이제 배척해야 될 외세로 둔갑했다. 일부 학자는 6.25를 통일전쟁으로 규정하며, 우리의 적은 북한이 아니라 미국이라고 오도하고 있다. 친북좌익 세력은 전국에서 폭력 시위를 확산시키고, 공권력은 조롱당하고 있다. 광주에서 열린 6.15 민족통일대축전 행사는 이적단체인 범민련과 한총련이 주도해 반미.반전과 미군철수를 주창했다. '민족끼리'라는 북한의 통일전술은 우리 국민을 오염시킨 지 오래다. 한.미 관계는 이혼도장만 찍지 않은 별거상태의 부부처럼 소원해졌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일관되게 선군정치를 실천해 핵무기.미사일.생화학 무기로 우리의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과거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는 민족에겐 미래가 없다고 한다. 6.25는 결코 잊혀진 전쟁이 아니다. 굳건한 안보태세를 갖추는 정신적 유산이자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는 버팀목이 돼야 한다. 참전용사들이 우대받고 존경받는 풍토만이 갈가리 찢긴 이 나라를 통합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그래야 조국이 위난에 처했을 때 기꺼이 생명을 바칠 수 있다. 평화는 구호로만 되는 것이 아니다. 온 국민이 지혜를 모아 굳건한 안보태세를 확립해야 할 때다.

박세직 대한민국재향군인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