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삼성바이오 회계 위법 단정 어렵다” 제재 정지 결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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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가 ‘고의 분식회계’ 혐의로 받은 제재 조치가 일시 중단된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 박성규)는 22일 삼바가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를 상대로 낸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증선위 처분 땐 회복 어려운 손해” #본소송 결론 날 때까지 효력 중단

재판부는 “증선위의 처분으로 인해 삼바에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함을 인정할 수 있고 이를 예방하기 위해 효력을 정지할 긴급한 필요성도 인정된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증선위는 “삼바가 고의로 분식회계를 했다”고 발표했다. 2015년 말 삼바가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하며 4조5000억원의 회계 부정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증선위는 대표이사 및 담당 임원 해임 권고, 재무제표 재작성, 과징금 80억원 부과 등의 제재 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삼바는 “적법한 회계처리”라며 증선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와 함께 법원에 “최종 판단이 나올 때까지 증선위의 제재 집행을 정지해달라”고 신청했다. 이날 법원 결정에 따라 증선위 제재는 삼바가 제기한 본안 소송 결과가 나온 후 30일이 되는 날까지 효력이 중단된다.

본안 소송의 결론을 내리진 않았지만 이날 법원은 “삼바의 회계 처리가 위법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감독기관인 금융감독원조차 처음에는 삼바의 회계처리가 적법하다고 판단했다”며 “서울대 회계학연구센터 교수들과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등 다수의 전문가가 삼바의 회계처리가 국제회계기준에 부합한다는 취지의 소견을 제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법원은 이런 상황에서 증선위의 제재가 실현될 경우 삼성바이오가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증선위가 부과한 대표이사의 해임 처분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이들을 대체할 전문경영인 후보군을 제대로 확보조차 못한 상황에서 해임이 이뤄지면 기업에 심각한 경영 공백이 발생할 것”이라고 밝혔다.

재무제표 재작성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기존의 회계정보를 신뢰하고 삼바와 이해관계를 맺은 주주와 채권자, 고객들이 삼바에 손해배상을 청구하거나 대여한 금액을 회수하고, 거래를 단절할 우려가 있다”며 “그로 인해 삼바는 규모를 가늠하기도 쉽지 않을 정도의 막대한 금전적 손해를 입을 위험에 노출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어 “제재 효력을 정지해도 공익에 중대한 해를 입히지 않는다”며 “제재가 이뤄지면 삼바는 물론 회사에 투자한 소액 주주 등이 경제적 손해를 입을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법원의 결정에 대해 증선위는 보도자료를 내고 “법원 결정의 구체적 내용을 살펴본 뒤, 즉시 항고 여부 등 향후 대응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증선위는 제재 효력 정지가 분식회계의 면죄부는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편 이날 삼바 주가는 전날보다 7000원(1.76%) 오른 40만4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후연·염지현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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