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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상류 보 개방 움직임에…농민들 "용수 줄어 농사 지장"

중앙일보

입력

지난 20일 경북 상주시 한 식당에서 낙동강 상류 보 관련 지자체 단체장인 김주수 의성군수, 황천모 상주시장, 김학동 예천군수(왼쪽부터)가 간담회를 마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 상주시]

지난 20일 경북 상주시 한 식당에서 낙동강 상류 보 관련 지자체 단체장인 김주수 의성군수, 황천모 상주시장, 김학동 예천군수(왼쪽부터)가 간담회를 마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 상주시]

지난 20일 경북 상주시 한 식당. 황천모 상주시장과 김주수 의성군수, 김학동 예천군수 등 경북 3개 지자체 단체장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이 수장을 맡은 3개 지자체는 경북 내륙에 있다는 것 외에도 낙동강을 끼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3명의 단체장이 이날 모인 것도 낙동강 보(湺) 문제 때문이었다.

이 자리에서 단체장들은 "정부의 보 개방 모니터링 사업에는 동참하겠지만, 보의 철거를 전제로 한 개방은 반대한다"고 뜻을 모았다. 이어 "보 개방으로 상수도와 영농, 관광사업 등에도 피해가 생기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고 피해에 대한 보상이나 배상도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들은 "보 개방 일정과 방법은 지자체·지역민과 협의하고 수위 저하로 문제가 생길 경우 수위 회복 요청에 즉시 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북 의성군 낙단보사업소 인근에 낙단보 보 수문 개방을 반대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의성=김정석기자

경북 의성군 낙단보사업소 인근에 낙단보 보 수문 개방을 반대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의성=김정석기자

정부는 2017년 6월부터 전국 16개 보 수문의 개방을 단계적으로 추진 중이다. 이 가운데 10개 보는 이미 개방됐다. 상주보와 낙단보, 구미보 등 3개 보는 개방이 미뤄졌고 칠곡보, 강천보, 여주보는 개방 대상에서 제외됐다. 상주·의성·예천과 관련이 있는 보는 상주보와 낙단보 2곳이다.

3개 보의 개방이 미뤄진 건 농민과 지자체의 반발 때문이다. 보 개방으로 영농과 식수 공급, 관광 등 여러 부분에서 그동안 이뤄졌던 혜택이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특히 지역 농민들은 보 개방으로 지하수 수위가 낮아지면 농업용수 확보에 차질이 빚어진다고 주장하고 있다. 상주시도 상주보의 수위가 3.4m 낮아질 경우 영농과 관광사업에 어려움이 생겨 4400억원의 손실이 날 것으로 추산했다.

경북 구미시 14개 농업인 단체의 회원 1000여 명이 지난해 12월 10일 오후 구미시 선산읍 복개천에서 낙동강 수문 개방 및 철거 반대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경북 구미시 14개 농업인 단체의 회원 1000여 명이 지난해 12월 10일 오후 구미시 선산읍 복개천에서 낙동강 수문 개방 및 철거 반대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환경부가 보류했던 3개 보의 개방을 다시 추진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지자체와 농민단체의 대응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상주·의성·예천의 단체장이 만나 대책을 논의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환경부는 이른 시일 내 관련 지자체, 지역 농민단체, 한국수자원공사, 한국농어촌공사 등 유관 기관·단체와 '상주·낙단보 개방 추진 업무협력협약'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지자체와 농민단체의 반발이 심해 아직 정확한 시일은 정해지지 않았다. 이 협약은 보 개방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고 관련 대책을 마련하는 것을 전제로 보 개방에 유관 기관·단체의 협력을 얻어내겠다는 목적이다.

상주시 관계자는 "환경부와 협약 체결을 위한 조율을 하고 있지만 당장은 협약을 맺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환경부가 협약을 맺기 위해선 농민단체, 지역민에게 충분한 설명을 통해 설득하는 과정이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낙동강에 만들어진 8개의 보 중 하나인 낙단보. [연합뉴스]

낙동강에 만들어진 8개의 보 중 하나인 낙단보. [연합뉴스]

지역 농민들은 "아무 대책도 없이 보를 개방하면 농사에 큰 피해가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서용철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상주시연합회장은 "보를 개방하면 지하수 수위가 낮아져 관정을 얕게 파 놓은 농가에선 용수 문제가 생길 것이 뻔하다"며 "환경부에선 용수 부족분을 안동호에서 끌어오면 해결된다고 주장하지만 큰 가뭄이 닥치면 어떻게 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상주=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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