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포털에 알선 카페 40여 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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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본지 기자가 해외 성매매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알선 브로커와 접촉하는 데 걸린 시간은 하루 남짓에 불과했다. 국내 대형 포털사이트에는 '미국 나가요' '해외 취업'등의 키워드로 검색할 수 있는 해외 성매매 알선 카페가 40여 개에 달하며 회원만 7000여 명에 이른다. 이들 카페에선 브로커들이 '미국에 가고 싶은 여성분 상담해 드립니다' '미국 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등의 제목으로 올려놓은 게시물이 숱하게 널려 있다. 브로커의 전화번호.e-메일 주소도 쉽게 구할 수 있다. 이처럼 해외 성매매 알선 브로커가 판치는 것이 성매매 단속 강화가 불러온 풍선효과라는 지적도 있다.

한 카페에서 미국 현지 브로커 A씨(36)의 휴대전화 번호를 입수해 연락을 취했다. LA에 있다는 A씨는 "미국에서 일하려면 항공료.알선수수료.업소보증금 등을 포함해 1만 달러가량이 필요한데 아가씨들 대부분이 그만한 돈이 없기 때문에 미리 업소가 비용을 부담한 뒤 매달 아가씨 수입에서 공제한다"고 소개했다. 미국 비자 문제에 대해 A씨는 "일단 무비자로 캐나다까지만 오면 내가 마중 나가서 미국으로 '점프(입국)'하는 방법을 일러주겠다"고 말했다. A씨에 따르면 캐나다에서 10~20분 정도만 걸으면 미국으로 월경(越境)할 수 있는 루트가 있다고 했다.

A씨는 입국심사대에서 성매매 여성으로 의심받지 않기 위해 "캐나다 전문 여행사의 패키지 상품을 이용해 입국하고 옷차림을 수수하게 하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에선 아가씨 하기에 따라 수입이 크게 달라진다"며 "특히 2차를 요구하는 손님들을 집으로 초대하거나 내연관계를 맺어놓으면 큰돈을 벌 수 있다"고 유혹했다.

e-메일로 접촉한 또 다른 브로커 B씨(40)는 "미국서 일하고 싶은데 방법을 모르겠다"고 하자 "비자 내는 데 필요하니 800만원을 내라"고 요구했다. B씨는 "6개월짜리 관광비자로 받은 다음 미국에서 연장할 수 있다"며 "잘 하면 평생 미국에서 살 수도 있고 스폰서를 잡으면 남부럽지 않게 지낼 수 있다"고 선전했다. B씨는 "업소에 한국 아가씨가 많아 아파트 등지에서 함께 지내면 현지 적응에 아무 어려움이 없다"며 "손님도 주로 한국 교민이나 출장.여행을 온 한국 사람"이라고 전했다.

김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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