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세포 조작과 관련해 불구속 기소된 황우석 박사가 법정으로 들어가고 있다. 변선구 기자
"예."(김선종 전 미즈메디병원 연구원)
20일 줄기세포 논문 조작 사건의 첫 재판이 열린 서울중앙지법 417호 법정.
검찰이 김 전 연구원에게 미즈메디병원 수정란 줄기세포를 몰래 서울대 연구실의 배반포와 섞게 된 과정(섞어심기)을 물었다. 황우석 전 교수 지지자 등 200여 명이 가득 들어찬 방청석에선 "뭐야!" 등 웅성거림이 이어졌다.
검찰 신문 때 방청석에서 박수를 치는 등 소란이 계속되자 재판장인 황현주 부장판사가 방청객에게 "조용히 해 달라"고 당부했다. 황 부장판사는 "혼잡한 소리를 내면 재판이 길어져 피고인들이 힘들어 한다"며 "분한 마음이 있더라도 속으로 삭이고 재판을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법정에는 연구비.후원금 등 28억여원을 빼돌린 혐의(횡령.사기 등)로 불구속 기소된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를 비롯, 이병천.강성근 서울대 교수, 윤현수 한양대 교수 등이 피고인으로 나왔다. 황 전 교수는 오후 1시50분쯤 굳은 표정으로 서류봉투를 든 채 법정에 나왔다.
?첫 재판부터 팽팽한 공방=황 전 교수는 "유전자 분석 결과를 보면 짜깁기 흔적이 있는데 몰랐느냐"는 검찰 추궁에 "줄기세포 전문가가 아니었고, 의심을 갖고 본 게 아니어서 알지 못했다"고 답했다.
황 전 교수의 박종록 변호사는 "황 전 교수도 논문 작성의 총괄 책임자로서 일부 자료가 검증 없이 실린 데 대해 잘못을 시인한다"며 "하지만 MBC PD수첩이 지난해 말 논문 조작 의혹을 제기하기 전엔 논문이 진실하다고 확신했다"고 밝혔다. 그는 황 전 교수가 그동안 언론 인터뷰에서 줄기세포 기술 실용화를 언급한 것과 관련, "줄기세포 연구의 청사진을 제시했을 뿐"이라며 "일부 언론은 하지도 않은 얘기를 일방적으로 보도했다"고 주장했다. 또 "황 전 교수는 기업체 등에 연구비를 달라고 요구한 적이 없다"며 "검찰이 무리하고 편협한 기소를 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검찰은 "황 전 교수가 세계적 과학 잡지에 허위.과장 논문을 발표한 뒤 난치병 환자 가족들을 기만했다"며 "엄정한 법의 심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희대의 과학적 사기 사건으로 국민들의 상실감과 정신적 상처가 크다"고 덧붙였다. 김선종 전 연구원은 "섞어심기를 하지 않았으면 줄기세포를 만들 수 있었겠느냐"는 검찰 질문에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상당히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원 측은 황 전 교수 지지자들이 소란을 일으킬 것에 대비해 법정 입구에서 소지품을 일일이 확인했다. 또 방청석 맨 앞쪽에 경찰을 배치해 돌발 상황에 대비했다. 황 전 교수 지지자 100여 명도 재판을 지켜봤다. 황 전 교수 지지자 중 일부는 김 전 연구원이 법정에 들어설 때 욕설을 하면서 불만을 표출했다. 황 전 교수 지지자들은 휴정 때 황 전 교수에게 "힘내세요"라고 격려했다.
하재식.백일현 기자<angelha@joongang.co.kr>
사진=변선구 기자 <sunnin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