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 규명에 총력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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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조선대생 이철규군 변사 사건은 참으로 불행하고 불길한 사건이 아닐 수 없다. 꽃다운 젊은 나이에 비명에 갔다는 개인적 불행과 슬픔도 크고, 극도로 민감한 시기에 이 사건이 자칫 심상치 않은 시국의 변수로 작용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크다.
정부·여당은 물론 야당과 전대협·전민련 등 재야와 학생단체 등이 즉각 민감한 반응을 나타내고 있는 것만 보더라도 이군 사건이 몰고온 파장과 충격이 얼마나 큰 가를 익히 짐작할 수 있다. 이 사건의 진상이 어떻게 밝혀지느냐에 따라 동의대 참사이후 모처럼 형성된 비폭력의 국민적 다짐이 일순에 깨지고 또 다시 우리 사회가 걷잡을 수 없는 혼란의 수렁으로 빠져들 수도 있기에 사건 수사결과와 추이에 더욱 관심이 집중된다.
지금까지 밝혀진 수사 상황으로는 이 군이 자살이 아니라는 결론만 뚜렷할 뿐 사고사인지, 타살인지의 여부는 판명되지 못하고 있다. 자살 아닌 타살이라면 5공 때 억울한 죽음을 당한 박종철 군처럼 수사기관의 고문치사일 수도 있고 불순 세력의 범행이나 강력범의 단순 범행 등 그 가능성이 여러 각도로 점쳐질 수 있다.
또 사고사 라면 지금까지 수사에서 드러났듯이 이 군이 검문 경찰을 피해 달아나다 저수지에 실족해 익사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검·경 합동 수사반은 이 군의 몸에서 외상을 전혀 찾아볼 수 없어 고문 등 폭력에 의한 타살 의혹은 일단 풀린 모양이지만 이 군이 검문경찰관의 추격을 받고 달아난 후의 행방이 묘연한 상태이기 때문에 앞으로의 수사가 예의 주시된다.
다만 실족해 익사했을 경우 폐와 위에 물이 괴어 있어야 하고 플랑크톤 등 수중 생물이 검출되어야 하는데 이 또한 과학 수사연구소의 사체부검 결과가 2주 후에 나오게 되어있어 지금의 상황으로는 이렇다할 단정이나 섣부른 속단은 전혀 금물이다.
수사진전상황이 이러한 만큼 수사연구소의 결과가 나오기 전에 어떠한 예측이나 예단이 나와서도 안되고, 더더구나 근거 없는 소문이나 낭설이 난무해서도 안 된다. 다만 수사결과만 냉정히 지켜보며 조용히 기다려야지 공연스레 추측과 억측을 자아내 평지돌풍을 일으키는 일이 없도록 서로가 경계해야할 것이다.
만의 하나 대학가나 현지에서 괴이한 소문이 나돌아 집단행동 등 극한 상황이 벌어진다면 그보다 더한 불행도 없을 것이다.
이처럼 이 사건은 자칫하면 일파만파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다분히 있는 만큼 검·경수사 는 객관성이 철저히 유지되고 공정과 정확성을 기해야 한다. 수사과정에 티끌 만한 흠집이나 의문 나는 구석을 남겨서도 안되며 수사과정을 공개하고 철두철미 과학수사로 일관해야 할 것이다.
박종철군 사건처럼 사건을 조작·은폐하고 국민을 기만하는 듯한 인상이 조금이라도 비쳐져서도 안되고 오로지 누구나 납득 할 수 있는 진상규명이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수사당국이 초동 수사단계에서부터 이군 가족과 학생을 합류시킨 것은 잘한 일이며 앞으로도 총력을 기울여 진상을 엄정히 가리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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