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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셧다운 장기화..펠로시, "트럼프, 국정연설 연기하거나 서면으로 하라"

중앙일보

입력

“셧다운으로 경호 문제에 차질이 있을 수 있으니 29일로 예정된 국정연설을 연기하거나 서면으로 의회에 전달하라.”

 미국 민주당 서열 1위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1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서신을 보내 오는 29일 의회에서 열리기로 예정돼 있던 대통령 신년 국정연설을 연기하거나 서면으로 대신하라고 요구했다.

지난 10일 낸시 펠로시 미 히원의장이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10일 낸시 펠로시 미 히원의장이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CNN 등 미국 언론들에 따르면 펠로시 하원의장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서 “국정연설 당일 경비 계획을 수립하고 이행하는 비밀경호국(SS)과 국토안보부 운영이 (셧다운에 따른) 연방 공무원 일시 해고로 인해 차질을 빚고 있다”며 이렇게 밝혔다.

 경호 문제를 이유로 들었으나 사실상 국경장벽 문제를 둘러싼 정치권의 대립으로 역대 최장을 기록 중인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을 빨리 해결하라고 압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펠로시 의장은 “만약 이번 주에 연방정부가 다시 문을 열지 않는다면 앞으로 정부 업무 재개 이후에 (국정연설에) 적절한 날을 잡도록 함께 노력할 것을 제안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예정된 29일에 서면으로 의회에 국정연설을 전달하는 것을 고려해 달라”고 적었다.

 예산안이 기간 내 의회를 통과하지 않으면 연방정부 가동이 중단되는 현행 시스템이 1977년 도입된 이후, 셧다운으로 인해 미국 대통령 국정연설이 미뤄진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 두 번째)이 지난해 12월 11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마이크 펜스 부통령(왼쪽 두 번째)과 함께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당시 민주당 원내대표, 왼쪽),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와 만나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 예산을 둘러싸고 설전을 벌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 두 번째)이 지난해 12월 11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마이크 펜스 부통령(왼쪽 두 번째)과 함께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당시 민주당 원내대표, 왼쪽),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와 만나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 예산을 둘러싸고 설전을 벌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펠로시 의장은 자신의 편지를 트위터에 공개하며 “국정연설 행사 경비를 주관하는 비밀경호국이 예산 지원 없이 운영된 게 벌써 26일째를 맞았다”고도 적었다.

 미 대통령의 의회 국정연설은 매해 1월 말 치러지는 연례행사다. 하원 의장과 상원 다수당 원내대표의 공동 초청 형식으로 이뤄지며, 연방 의사당에서 양원 의원들이 모두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다. 연설이 주요 방송사를 통해 미국 전체에 생중계된다.

 워싱턴포스트(WP)는 “펠로시 의장의 이번 제안은 트럼프 대통령이 프라임 타임 TV 연설에서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 예산의 필요성을 주장할 기회를 주지 않으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담당 부처인 국토안보부의 커스텐 닐슨 장관은 트위터에 “국토안보부와 비밀경호국은 국정연설을 지원하고 안전을 확보할 준비가 충분히 돼 있다”고 밝혔다.

올해 예산에 장벽건설비 57억 달러를 편성해 달라는 트럼프 대통령과 이에 반대하는 민주당이 대치하면서 미 연방정부 셧다운은 16일로 역대 최장인 26일째를 맞고 있다.

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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