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스포츠엘리트」가 무너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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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소련체육계에 자율과 개방의 확대라는 개혁의 바람이 불고 있다.
주로 젊은층과 언론인들이 주도하는 이 흐름은 체육시설의 개방확대, 스포츠클럽결성의 자율화,여성과 장애자의 참여확대등이 특징.
소련체육당국은 국가간 경쟁의 장인 올림픽에서의 승리에만 집착, 소수 스포츠엘리트에만 집중적 투자롤 해왔으면서도 대외적으로는 「대중체육」을 위장선전해 왔는데 이러한 기존체제가 내부에서 도전받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까지 남자 8%, 여자 2%만이 정기적으로 체육활동을 누릴수 있는 것이 소련 국민체육의 실상이었다.
이러한 「반(반)대중성」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 거세게 일자 최근 소련체육당국은 마침내 정책을 자율과 개방쪽으로 선회했다.
첫째로 지금껏 소수 스포츠엘리트의 전유물이었던 스포츠클럽 시설들이 일반인에게도 개방된 것인데 이시설들은 공산주의의 성역이었던 「무료 스포츠 원칙」을 깨고 사용료를 받기 시작한 점이 특색.
이와 함께 개인소유의 헬스·스포츠클럽이 점차 확산, 모스크바에서는 작년에 입장료 3루블(한화약3천원)을 받는 헬스클럽이, 레닌그라드에서는 브레이크댄싱·스케이트보딩등을 즐길수 있는 한달 사용료 10루블정도의 유벤투스클럽이 생겨나기도 했다.
소련의 젊은층들은 이런 개혁추세에 따라 70여년간 정부의 통제 아래 금지되어온 스포츠클럽의 자유로운 결성을 시도, 마침내 정부당국으로부터 법 개정과 결성의 자유를 얻어내기도 했다.
이러한 스포츠클럽은 그종목과 내용도 다양해 축구팀 후원 클럽에서 에어로빅·요가·조깅등은 물론 람보스타일의 군사무술과 육체미를 다듬는 단체들도 생겨났다.
오랫동안 체육활동에서 소외되어온 여성들도 여자에게 「해롭다」는 이유로 지난 73년이래 금지되었던 축구·육체미·유도·아이스하키등의 금기종목에 활발히 참여, 개혁의 기운을 고조시키고 있다.
개혁의 또 다른 수혜자는 모든 스포츠행사에서 외면되어 왔던 신체장애자.
최근 아프가니스탄에서 귀환한 상이군인들의 압력과 서울에서의 성공적인 장애자올림픽대회 개최는 「장애자체육의 사각(사각)지대」 소련에 커다란 자극을 주어 에스토니아공화국의 탈린에서작년말 처음으로 장애자 체육대회가 개최되었다.
이와 같이 소련체육은 소수 엘리트 위주에서 「다수대중을 위한 스포츠」로 급격히 개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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