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국 서기까지 붕기계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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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지난 3월15일은 중동평화의 한 이정표가 됐던 78년 캠프 데이비드협정에 따라 이스라엘과 이집트가 평화협정을 맺은지 꼭 10년이 되는 날이었다.
이날을 맞아 이스라엘은 시나이반도의 마지막 남았던 점령지 타바지구를 이집트에 반환, 67년 제3차 중동전에서 점령했던 시나이반도를 이집트에 완전히 넘겨줬다.
캠프 데이비드협정의 두 기둥은 ▲이스라엘-이집트 평화협정체결▲중동평화를 위한 골격구축으로 돼 있다. 이중 첫째항인 이스라엘-이집트 평화관계는 10년이란 세월을 잘 유지해오고 있으나, 둘째항은 아직도 해결의 길이 요원한 상태다.
예루살템에서 발간되는 팔레스타인계 알 파즈르(새벽)지 발행인 「한나·시니오라」씨는 『중동평화의 골격 구축, 이는 바로 팔레스타인 문제의 해결을 의미한다. 지난 10년간 팔레스타인 문제는 잊혀져 왔다. 팔레스타인 문제를 다시 일깨운 것이 바로 인티파다(아랍인봉기)다』 고 말한다.
이 과정에서 새삼 각광을 받기 시작한 인물이 바로 PLO의장 「아라파트」 다. 「아라파트」에게 인티파다는 구원의 메시지였다.
『PLO는 82년 이스라엘군의 레바논공격으로 근거지를 튀니지로 옮긴후 정치·군사적으로 빈사지경에 있었다. 이스라엘군의 거듭된 공격으로 군사적으로 거의 무력화돼 있었으며 PLO내부에서도 강경파가 득세, 「아라파트」 의 리더십이 위협받고 있는 상태였다. 이런 위기상태에서 인티파다는 「아라파트」와 PLO를 살려줬다.』 텔아비브대 야페연구소의 PLO연구전문가인 「데이비드·탈」 씨의 얘기다.
이스라엘로서 인티파다는 예기치 못한 사태였다. 이집트와 평화협정을 맺은 지난 10년간 이스라엘은 점령지에 대한 이스라엘 정착촌 건설로 「점령지의 이스라엘영토화」 에 박차를 가해왔다.
이스라엘정부는 인티파다에 대해 초기 강경진압으로 대응했다. 돌과 화염병을 던지는 시위군중에 대해 플래스틱탄및 고무탄 사격, 곤봉구타등으로 맞섰고 지난해 4월 PLO의 군사책임자 「아브·지하드」 를 암살했다.
이에 분노한 아랍지도자들은 6월 알제에 모여 인티파다 지지선언을 발표했다. 11월 팔레스타인민족평의회 (PNC)는 팔레스타인국의 독립을 선포하는 한편 이스라엘의 생존권을 인정한 유엔 안보리결의 제242, 338호를 받아들인다고 선언했다.
이어 「아라파트」 는 12월 제네바 유엔총회 연설및 기자회견에서 이스라엘 생존권인정, 유엔결의 수락과 함께 「테러리즘 포기」 를 선언, 사태를 더욱 발전시켰다.
그러나 이에 대한 이스라엘의 태도는 냉담했다. 「샤미르」 수상은 「아라파트」의 테러포기선언을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미국은 「아라파트」 의 선언이 미국과 PLO협상에 필요한 전제조건을 충족시키는 것이라고 판단, 지난해 12월부터 튀니스에서 PLO와 공식접촉을 해오고 있다.
미국의 의도는 중동지역에 모처럼 형성된 이집트-사우디아라비아-이라크의 친미적 온건국가들의 축을 바탕으로 이스라엘과 PLO의 직접 대화를 유도해 문제를 풀어보러는 속셈인 것 같다.
이같은 급격한 변화에 대해 이스라엘은 분명 수세에 몰려 있다. 현재의 리쿠드-노동당 거국일치내각은 금년 1월 『무슨 일이 있어도 PLO와의 대화만은 안 된다』 는 다짐하에 출범했으나 야당격인 노동당의 「페레스」 당수는 제3자를 통해 PLO와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는 소문이다.
국민의식 또한 변하고 있다. 최근 이스라엘의 한 여론조사 (다하프연구소)에서 응답자의 53%가 PLO를 인정,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고 답했으며, 응답자의 65%가 점령지 반환에 찬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국내외적 변화를 의식, 「샤미르」수상은 지난달 방미중 점령지 문제를 함께 토의할 팔레스타인 대표를 뽑는 선거를 제안, 종전의 강경입장에서 일보 후퇴했다.
이에 대해 「아라파트」는 선거에 응할 뜻을 보이고 있으나 그 전제조건으로 점령지에서 이스라엘군 철수를 요구, 『그때까지 인티파다를 계속하겠다』 고 고집하고 있다.
과연 「아라파트」 의 예언대로 오는 91년 웨스트뱅크·가자지구에 팔레스타인 국가는 설 수 있을까. 또 이스라엘은 자국의 안보에 사활적 존재인 이 지역을 팔레스타인에 양보할 수 있을까. 중동문제의 해결은 여기에 달려 있다.
【예루살렘=정 자 양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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