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스님은 수호천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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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산 스님이 청소년들과 함께 논산천에 미꾸라지를 방생하고 있다. 논산=김성태 프리랜서

10일 오전 충남 논산시 대교동 논산천 하상주차장. 논산 지역 중.고생 1000여 명이 타악그룹 '야단법석'의 연주에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1시간 남짓 공연을 관람한 뒤 학생들은 논산천에 미꾸라지를 방생(放生)하는 체험도 했다. 이날 행사 내용을 촬영한 사진 가운데 우수 작품을 뽑아 시상하는 즉석 '디카 콘테스트'도 참석자들의 흥을 돋웠다.

지장암(충남 논산시 노성면 소재 사찰)의 덕산(70) 주지스님이 마련한 '실천, 나눔의 청소년 어울마당'의 현장이다. 그는 기말고사를 앞둔 수험생들이 스트레스를 풀고 방생을 통해 생명의 소중함도 느낄 수 있도록 행사를 준비했다고 한다.

덕산 스님은 논산과 인근 공주.부여 등의 지역 주민들에게 '수호천사'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올해로 14년째 어버이날을 앞둔 5월 초 주민 4000~5000명을 사찰에 초청해 경로잔치를 열어왔다.

지난해부터는 논산.공주.부여 등 3개 시.군의 장터에서 매주 한차례씩 독거노인 등 불우이웃 500여 명에게 점심시간에 무료로 국수를 대접하고 있다. 국수 급식을 위해 신도 30여 명으로 자원봉사모임까지 만들었다. 또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매주 한차례씩 논산.공주지역의 독거노인 50여 명을 직접 찾아가 목욕을 시켜주고 반찬도 만들어 준다.

고향인 논산에서 농사를 짓다가 36년 전 출가한 덕산 스님은 계룡산 등지 암자에서 공부를 해오다가 1980년 지장암을 창건했다. 당시 신도들이 1000원부터 수십만원까지 십시일반으로 도움을 준 덕분에 사찰을 지을 수 있었다고 한다.

"나눔과 봉사는 부처님의 가르침 가운데 가장 중요한 덕목입니다. 이런 다양한 활동을 통해 불교가 일반인들에게 좀더 친숙한 종교로 다가섰으면 좋겠어요."

덕산 스님은 올해로 10년째 해오는 방생 행사에 남다른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지역의 대표적 특산물이었다 20여 년 전 자취를 감춘 참게와 바가사리.붕어 등 토종 민물고기를 주로 방생하는 것이다. 해마다 10만 마리의 참게를 방생한 덕분에 요즘 논산 지역 하천에서는 참게를 종종 볼 수 있다.

덕산 스님은 "농촌지역에는 도시에 비해 형편이 어려운 이웃이 훨씬 많다"며 "형편이 허락하는 한 주민들에게 보다 많은 것을 해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논산=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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