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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 4억원 깎고 백의종군하는 현역 최다승 두산 배영수

중앙일보

입력

두산 유니폼을 입고 2019시즌을 맞이하게 된 투수 배영수. [연합뉴스]

두산 유니폼을 입고 2019시즌을 맞이하게 된 투수 배영수. [연합뉴스]

2019년에도 배영수는 공을 뿌린다. 현역 최다승 투수 배영수(38)가 두산 유니폼을 입고 선수 생활을 이어간다. 그 어느 때보다 빨리 시즌을 시작한 배영수의 머릿 속엔 온통 '야구' 뿐이다.

2000년 삼성에 입단한 배영수는 통산 137승을 올렸다. KBO리그 역대 5위. 현역 선수 중에선 장원준(두산, 129승)에 앞선 1위다. 하지만 올시즌은 2승(3패)에 머물렀고, 6월 초 2군에 내려간 뒤 결국 복귀하지 못했다. 두 달 가량 개점휴업 상태였던 배영수는 8월 말 2군에서 두 차례 등판을 한 뒤 시즌을 마쳤다. 겨울은 그 어느 때보다 추웠다. 한화는 재계약 불가를 통보했고, 배영수는 자유의 몸이 되어 새롭게 둥지를 찾았다. 다행히 두산은 배영수의 경험을 원했다. 프로 20년 만에 처음으로 서울팀 유니폼을 입게 된 것이다.

배영수는 "두산에서 연락이 왔을 때 정말 좋았다. 요즘 베테랑들이 어려운 분위기인데 두산이 나를 인정해줘 고마웠다"고 말했다. 그는 "나 뿐 아니라 다른 고참 선수들도 설 자리가 너무 없다. 다들 벼랑 끝에 선 듯하다"고 했다. 공교롭게도 잠실 라이벌인 LG는 삼성 시절 함께 뛰었던 후배 장원삼과 한화에서 같이 있었던 심수창을 영입했다. 배영수는 "둘도 잘 자리를 잡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배영수는 "아무 것도 없이 그냥 버티려는 건 아니다. 누구보다 잘 준비했고, 지난해에도 두 세 경기를 제외하면 내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며 "그저 나이가 많고, 연봉이 많아서 기회가 사라지는 게 아쉽다. 경기에서 던지고 싶었다"고 했다. 지난해(5억원)보다 80%나 삭감된 연봉 1억원도 흔쾌히 받아들인 것도 그래서다.

배영수는 "처음으로 4개월이나 쉬었다. 야구를 안 하고 쉬니까 몸무게가 104㎏까지 늘었다. 살면서 가장 무거운 몸무게였다"고 웃었다. 훈련 페이스도 빨리 끌어올렸다. 보통 겨울엔 공을 만지지 않지만 벌써부터 투구 훈련까지 하고 있다. 한화 시절 후배인 김범수, 김민우와 일본 오키나와에서 개인훈련을 한 배영수는 구단 37주년 창단기념식 참가를 위해 14일 귀국했다. 까맣게 그을려진 얼굴의 배영수는 "러닝을 많이 하고, 투구, 웨이트 트레이닝도 열심히 했다. 1차 훈련 성과는 만족스럽다"고 했다.

뜻밖의 선물도 받았다. 등번호다. 배영수는 '푸른 피의 에이스'로 불리던 삼성 시절 25번을 달았다. 하지만 한화 이적 후엔 37번과 33번을 썼다. 두산으로 이적한 배영수는 5년 만에 다시 25번을 달았다. 25번의 주인이었던 양의지가 NC로 FA 이적하면서 비게 된 번호다. 배영수는 "두산 팬과 팀은 의지가 떠나서 아쉽겠지만 개인적으로는 특별한 의미가 있는 번호"라며 "오랜만에 25번이 적힌 유니폼을 입고 거울을 보니 기분이 묘했다"고 했다.

삼성 시절 25번을 썼던 배영수. 5년 만에 다시 25번을 달게 됐다.

삼성 시절 25번을 썼던 배영수. 5년 만에 다시 25번을 달게 됐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2019시즌 구상을 밝히면서 "선발 자원이 풍족하다"고 했다. 두 외국인선수를 제외해도 지난해 선발로 정착한 이용찬과 이영하, 그리고 좌완투수 장원준과 유희관이 있다. 김 감독은 "배영수와 (양의지 보상 선수로 데려온)이형범도 선발 카드"라고 했다. 배영수는 "삼성을 나올 때부터 선발을 고집한다는 소문이 있는데 아니다. 난 항상 후배들과 똑같이 전지훈련을 시작했고, 똑같이 경쟁했다"며 "누군가는 궂은 일을 해야 한다"며 보직에 구애받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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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괴물'로 불리던 마쓰자카 다이스케(39)는 지난해 96%나 줄어든 연봉 1500만엔(약 1억5000만원)을 받고 소프트뱅크에서 주니치로 이적했다. 그리고 6승 4패 평균자책점 3.74를 기록하며 건재함을 알렸다. 연봉도 8000만엔(8억3000만원)으로 뛰었다. 지난해(5억원)보다 80% 삭감된 연봉 1억원에 계약한 배영수는 "'건재함'보다는 내 나이와 위치에 맞는 포지션과 생각, 행동, 말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두산은 우승을 노리는 팀이고 잘 돌아가는 팀이다. 모든 선수들이 힘을 합쳐 우승을 노리고, 나도 거기에 힘을 보태고 싶다"고 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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