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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홍역 환자 14명으로 늘어..."동남아ㆍ유럽에서 유입된 바이러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홍역에 걸리면 나타나는 특징적인 피부 발진 [질병관리본부]

홍역에 걸리면 나타나는 특징적인 피부 발진 [질병관리본부]

대구 지역에서 발생한 홍역 환자가 14명으로 늘어났다. 이들 중 2명은 경북 지역에 살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보건당국이 비상에 걸렸다. 해외에서 유입된 환자가 의료기관을 방문하면서 영유아, 의료진 등 다른 환자들에게 전파시킨 것으로 추정된다.
13일 질병관리본부는 대구시 홍역 환자가 5명 추가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추가 환자는 간호사를 포함한 의료진 2명, 생후 12개월 미만 영아 2명, 환자 보호자 1명으로 모두 대구파티마병원과 관련돼 있다.

지난해 12월 17일 대구시에서 첫 홍역 환자가 확인된 이후 이 지역 홍역 환자는 14명으로 늘어났다. 14명 중 의료진은 5명, 영아는 7명이다. 환자들은 모두 대구에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2명은 경북 지역 주민으로 확인돼 확산 가능한 범위가 넓어졌다. 환자들의 상태는 양호한 편이다.
영아 환자 중 일부는 동네의원에서 홍역에 감염됐거나, 다른 경로로 감염 된 뒤 동네의원을 내원했다. 이 아이들이 파티마병원으로 옮겨가면서 병원 내 홍역 바이러스 전파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홍역은 전염성이 매우 높은 감염병이다. 호흡기 분비물의 비말(침방울) 뿐 아니라 공기 감염을 통해서도 전파된다. 환자 1명당 12~15명에게 옮기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발열, 기침, 콧물, 결막염을 시작으로 구강 점막 반점과 피부 발진이 나타난다. 치료제는 없지만 해열제 복용 등 증세를 완화시켜주는 치료만으로 대부분 자연 치유된다. 일부 폐렴, 급성뇌염 등의 중증 합병증으로 이어지고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어린이 홍역 예방접종률이(MMR 1차 97.8%, 2차 98.2%) 높은 상황이라 대유행 우려는 낮은 편이다. 하지만 접종시기가 안 된 영아(12개월 미만)와 면역력이 저하된 고위험군 등에 유행할 가능성이 있다. 보건당국은 대구시 전체와 경북 지역에서 홍역 전파가 이뤄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전염력이 강력해 접촉자를 파악하거나 따로 관리하기도 쉽지 않다. 3주 뒤로 다가온 설 연휴때 잠복기인 환자들이 이동하며 전국으로 퍼져나가지는 않을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홍역 환자에게서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구강 점막 발진 [질병관리본부]

홍역 환자에게서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구강 점막 발진 [질병관리본부]

조은희 질병관리본부 감염병감시과장은 “가장 걱정되는 면역 저하 집단이 예방접종을 아직 하지 않은 영유아와 20~40대 의료진”이라고 말했다. 조 과장은 “홍역 감염으로부터 자녀를 보호하기 위해 어린이 홍역 표준 접종일정(1차: 생후 12~15개월, 2차: 만 4~6세)에 따라 제때 접종해야 한다”라며 “의료진의 경우 어릴때 예방접종을 맞았다고 해도 면역력이 떨어질 수 있으니 항체 검사 뒤 추가로 접종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우리나라는 2006년 홍역 퇴치 국가 선언을 했지만 해외에서 유입된 환자로 인해 산발적인 유행이 이뤄져왔다. 지난 2014년 서울의 한 대학교에 해외 홍역 유입 환자로 400여명이 추가 감염되기도 했다. 2015년 다시 퇴치 선언을 했다.

최근 프랑스ㆍ이탈리아 등 유럽 지역과 태국ㆍ필리핀 등 동남아, 중국, 일본 등에서 홍역이 지속적으로 유행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홍역 발생 지역을 여행하는 사람 가운데 MMR백신 미접종자나 면역력이 저하된 사람이 홍역에 감염된 뒤 귀국해 유행 시키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라며 “홍역 유행국가로 여행하기 전에 홍역 예방백신(MMR)을 2회 모두 접종하였는지 확인하고, 접종 시기가 안된 영아의 경우 여행을 자제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대구 홍역도 해외에서 유입된 바이러스인 것으로 드러났다. 환자들에게서 분리해낸 바이러스의 유전자 검사를 했더니 유럽과 동남아시아에서 유행하는 D3 형으로 나타났다. D8은 유럽, H1은 중국서 유행하는 홍역바이러스다. 환자 9명 중 4명의 바이러스에서 D3형이 나왔다. 다만 최초 확진자인 아이와 그 가족은 해외여행을 떠난 적이 없어 해외에서 감염된 뒤 귀국한 다른 사람에게서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홍역 유행 지역 [질병관리본부]

홍역 유행 지역 [질병관리본부]

홍역 발생 지역을 여행하려면 반드시 미리 백신을 접종해야 한다. 성인의 경우 2회 접종을 완료하지 않았거나 접종 여부가 불확실한 경우 출국 4~6주 전 2회 접종(최소 4주 간격)을 완료해야한다. 생후 6∼11개월 영아라면 표준 접종 계획과 관계 없이 1회 접종을 해야한다. 홍역에 한번 걸렸다 완치된 사람은 평생 면역력이 유지되지 때문에 접종이 필요없다.
여행 뒤 홍역 잠복기 7~21일 이내 의심 증상(발열을 동반한 발진 등)이 나타난 경우, 다른 사람과의 접촉을 최소화하고 질병관리본부 콜센터(1339)에 문의하고 안내에 따라 의료기관을 방문한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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