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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연극 연장·재공연 준비 바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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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올 봄 연극가에서 많은 호응 속에 각별히 주목받은 우수연극들이 연장공연과 재공연을 각각 서두르고 있다. 동숭연극제에 참가했던 부산연희단거리패의 『시민K』, 극단 목화의 『비닐하우스』, 연우무대의 『늙은 도둑 이야기』등 창작극과 민족극 한마당 참가작인 극단 아리랑의 『불감증』, 그리고 현대예술극장의 『여자의 역할』등 5편이 대표적인 연장 및 재공연 화제작들이다.
원래 4월말로 공연을 끝낼 예정이었던 현대예술극장의 『여자의 역할』(「다리오·포」「프라크·라메」공작·김효경연출)은 소극장최고의 입장료(1만원)에도 불구하고 중년여성관객들이 연일 1백40석의 객석을 꽉 메우는 바람에 일단 5월말까지 연장 공연키로 했다(평일 오후 3시 30분, 주말 오후 3시 30분·7시). 제1부『아침에 일어나서』는 박정자씨, 제2부『여자 혼자서』는 김금지씨, 제3부『메디아』는 백성희씨 등 각각 중견여배우 3명이 모노드라마 형태로 여성들의 고민과 갈등을 표현하는 이 연극의 입장권은 선물용으로도 인기.
주말보다 평일 관객이 더 많고 평일 관객의 99%이상이 40대 이후의 중년여성이라는 점등 숱한 화제를 낳으며 성황을 이루었다. 연장공연은 연출자 3명이 모두 한국 정상급 여배우인 만큼 연장공연일정을 잡기가 어려워 공연마감 닷새 전에야 겨우 5월말까지 연장키로 합의했다. 또 부산·마산·광주 등 각지에서 지방초청공연을 원하고 있어 앞으로 출연자들의 시간이 나는 대로 지방순회공연도 가질 예정.
제2회 민족극 한마당에 참가, 지난달 11∼23일 연우소극장에서 공연돼 호평을 받은 극단 아리랑의 『불감증』(주인석작·김명곤연출)은 오는 12∼31일 예술극장 한마당으로 무대를 옮겨 재공연한다(평일 오후7시30분, 금·토·일 오후4시30분·7시30분).
최근 마당극·민족극계열의 연극들이 대체로 노동·반미·반핵 등 첨예한 현실문제를 다루면서 비교적 경직되고 작품성이 낮다는 등의 평과 함께 일반관객들의 폭넓은 공감을 얻지 못했던데 비해 『불감증』은 세련되고 빠른 장면전환과 깔끔한 무대처리로 「재미있고도 작품의 완성도를 갖춘 민족극」의 면모를 보여준 우수작이라는 평을 받았다.
이 연극은 학생시위를 주동했다가 강제징집당한 사병이 전방 철책선에서 근무하는 군대생활을 통해 분단과 통일에 대한 고뇌와 몸부림을 흥미롭게 그렸다.
지난달 14∼27일 동숙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된 극단연우무대의 『늙은 도둑이야기』(이상우작·연출)는 지난달 22일부터 재구성하여 공연된 내용을 오는 10일부터 6월 25일까지 연우소극장무대에 다시 올린다. 환갑을 넘긴 좀도둑이 막후 실세의 고관저택에 들어갔다가 붙잡히는 이야기 속에서 「큰 도둑」과 「작은 도둑」을 매우 익살맞게 대비시키면서 이 시대의 허위·우상·비인간성 등을 꼬집었다.
지난달 4∼24일 동숭연극제의 마지막을 장식해 지역극단의 저력을 과시하는 한편 서울 연극인들에게 자극을 준 무대로 높이 평가받은 부산 연희단거리패의 상황극 『시민K』도 오는 6월 9∼26일 동숭아트센터소극장에서 재공연무대를 갖는다(오후 7시 30분). 소시민적 언론인이 해직-체포-심문-고문-구치소수감-재판을 거치면서 「깨어있는 시민」으로 변모하는 과정을 그린 연극.
한편 지난 3월 25∼4월 8일 동숭아트센터에서 초연된 『비닐하우스』(오태석작·연출)로 「남에게 해만 끼치지 않으면 된다는 현대인의 생활철학」을 되짚어보게 한 극단 목화도 재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김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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