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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김태우, 자신행위로 시비"…신재민 발언과 온도차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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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 본관에서 '2019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에 앞서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 본관에서 '2019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에 앞서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의 10일 신년회견에서 웃음은 거의 나오지 않았다. 기자들은 자신의 질문에 재질문을 이어갔고, 책상에 앉아 질문자를 정하고 답변을 한 문재인 대통령은 간간이 손짓을 곁들여가며 막힘 없이 답했다. 이날 회견은 30분 간의 회견문 낭독에 이어 1시간 반 가량 질의응답이 진행됐다.

내외신 기자 180명과 2시간 신년 기자회견

10시에 청와대 본관 연단에 선 문 대통령은 29분 동안 8800자의 연설문을 읽어내렸다. 사전에 취재진에 배포된 연설문 내용 중 바꾼 대목은 없었다.
연설문 내용의 대부분은 경제 이슈에 할애됐다. 문 대통령은 서두에서 “무엇보다 고용지표가 양적인 면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자영업자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전통 주력 제조업의 부진도 계속되고 있다. 분배의 개선도 체감되고 있지 않다”고 진단하면서도 “경제정책의 변화는 분명 두려운 일이지만 반드시 가야 할 길이다. 혁신적 포용 국가를 이루어내겠다”며 기존 정책 고수 입장을 밝혔다.

임기 초부터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어온 적폐 청산과 남북문제 관련 언급은 각각 10% 정도에 그쳤다. 그러나 “지난 정부의 일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잘못된 과거로 회귀하는 일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머지않아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와 ‘함께 잘사는 혁신적 포용 국가’가 우리 앞에 도달할 것이다”는 등 표현 수위는 강했다.

연설 후 이어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은 청와대 영빈관으로 자리를 옮겨 진행됐다. 주제는 외교ㆍ안보→경제→사회 순으로 진행됐다. 질문하려 손을 든 기자 중에 문 대통령이 직접 지명하는 방식이었다.

북한 문제와 관련해선 외신 기자들의 질문도 활발했다. 문 대통령은 답이 나오기까지 가장 길었던 질문은 프랑스 르피가로 기자가 한 “북한이 비핵화에 더 적극적인 조처를 해야 한다는 입장인데, 구체적으로 어떤 조치인가. 비핵화가 달성되면 (상응 조치로) 괌과 일본 등에 있는 미국이 핵 자산 철수하나”는 질문이었다. 질문 후 수 초간 골똘하게 생각한 뒤 문 대통령은 “이번엔 양 정상이 직접 합의하고 국제사회에 공표한 것으로 합의의 무게가 다르다. 미국이나 괌의 전략자산은 동북아 전체의 안전과 평화를 위해 존재하는 것으로, 상응 조건으로 연계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취지로 답했다.

국내 이슈에선 김태우 전 특감 반원과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에 대한 질문이 먼저 나왔다. 두 사람에 대한 답변에서 온도 차가 있었는데, 문 대통령은 김 전 특감 반원에 대해선 “자신이 한 행위로 시비를 건다. 수사에서 곧 가려질 것이다”는 취지로, 신 전 사무관에 대해선 “젊은 공무원이 의견을 개진하는 건 바람직하지만, 정책 결정은 그보다 더 복잡한 과정을 거쳐 이뤄진다. 너무 비장하게 생각 말라”는 취지로 답했다. 김태우 전 반원에 대한 답변이 직설적이었다면, 신 전 사무관에 대해선 발언을 조심스러워 하는 듯한 인상을 풍겼다.

최근 현직 언론인을 청와대 참모로 영입한데 대해 비판여론이 제기되는 것과 관련, 문 대통령은 “과거 정부에선 그런 권언유착이 있었지만 현 정부는 그런게 없기 때문에 공정한 언론인들을 데려온 건 청와대의 공공성 강화에 도움이 된다”고 반박했다.

이날 신년 기자회견에는 내신 128명, 외신 52명의 기자가 참석했다. 기자회견에는 노영민 비서실장, 윤도한 국민소통수석 등 문 대통령이 새로 임명한 참모진과 정의용 안보실장, 김수현 정책실장 등 기존 참모진들도 기자들 뒤쪽에 배석했다. 과거 정부와 달리 참모진 가운데 수첩을 들고 있는 이는 찾기 힘들었다.

권호 기자 gnom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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