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高에 울고 웃고…달러예금자는 손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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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최근 원.달러 환율이 하락(원화 가치는 상등)하면서 외화 예금자와 대출자 사이에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은행에 달러를 예금한 사람들은 환율 하락으로 상당한 손해를 보고 있는 반면 달러로 대출을 받은 기업들은 빚 부담이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2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개인과 기업들이 은행에 맡긴 거주자 외화예금 잔액은 올 들어 30억달러 정도 늘어나며 지난 15일 현재 1백53억9천만달러에 달했다.

원화 환율이 최근 한달새 달러당 1천1백70원선에서 1천1백50원선으로 20원 정도 떨어진 것을 감안하면 외화 예금자 전체적으로는 3천억원 가량 손해를 본 것이다.

이 중에는 달러 가치가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투자 목적으로 사둔 달러도 적지 않다고 시중은행 관계자들은 전했다. 일부 은행은 환율이 크게 떨어져 외화예금에서 손실이 생기면 은행이 손실의 일부를 물어주는 환차손 보상예금을 팔고 있지만 실적은 미미하다.

대부분의 해외투자 펀드는 환율 변동에 별로 영향을 받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은행이 해외 펀드를 팔면서 파생 금융상품을 이용해 환율이 하락하더라도 고객에게는 피해가 가지 않도록 설계해 놓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 은행과 증권사에서 판매한 해외 주식투자 펀드는 환율이 떨어지면 고객이 고스란히 손해를 보도록 돼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이밖에 외화대출의 경우 달러 대출을 받은 기업들은 최근 환차익을 보고 있지만 엔화 대출을 받은 기업들은 환차손이 발생해 울상을 짓고 있다. 원.달러 환율 급락에도 불구하고 원.엔 환율은 이달 초 1백엔당 1천원선에서 최근 1천20원선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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