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19세기 초 문화의 "타임캡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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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런던에 위치한 「존·소안」경 박물관의 원형복구작업이 한창이다.
이 박물관은 건축가이자 왕립아카데미교수였던 「존·소안」경이 직접 설계한 건물로 그가 1837년 세상을 떠날 때 평생 수집한 예술품·서적 등과 함께 가능하면 본래모습을 유지한다는 조건으로 국가에 헌납한 것.
박물관은 2차대전때 입은 손상과 「소안」경의 명성이 시대에 따라 달리 평가된 것을 극복하고 정부재정지원으로 1백50년간 유지돼왔다.
이 박물관은 18세기말∼19세기 초의 풍미를 간직한 타임캡슐이기도 하다.
박물관을 찾는 대부분의 관람객들은 건물의 미뿐 아니라 「카날레토」「레이놀스」「터너」의 그림과 「플랙스먼」「챈트리」의 조각품을 보러온다.
이곳에는 또 기원전 14세기 이집트왕 「세티」1세의 석관과 바티칸의 「아폴로」신상이 소장되고 있다.
이외에도 「호거스」의 미술작품 12점과 많은 귀중한 건축관계자료들이 전시되어 있다.
「소안」경은 1753년 건축노동자의 아들로 태어나 그 자신 건축가가 되었는데 생전에 명성만큼 인격적인 존경을 받지는 못했다.
그는 가족들과 불화에 휩싸였고 아들이 상속받는다는 이유로 남작작위를 거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 재산인 박물관의 기증도 가족들과의 관계를 짐작케 한다.
그의 성격은 이처럼 모난 것이었지만 예술에 대한 이해와 관심은 모든 시대를 섭렵하였다.
그는 이집트·로마·그리스·중세고딕시대의 고전예술품은 물론 당시의 예술품 구입에도 인색하지 않았다.
국립박물관이 구입을 거절한 「세티」1세의 석관을 2천파운드의 거금에 구입하고 3일간 축하파티를 열기도 했다.
일반가정집 구조와 다름없는 박물관의 내부는 예술품들이 빽빽이 들어차 이상한 느낌을 줄 정도다.
관람객들은 처음에는 이웃집 현관에 들어서는 느낌이지만 곧 고전예술품들에 파묻혀 옛날분위기에 젖어버린다.
1백50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박물관의 내부는 퇴락되었다.
「소안」경의 유언에 깃들인 정신은 바뀌지 않았지만 유언의 문구는 바뀌어야 했다.
가구의 위치가 바뀌고 벽이 새로 단장되기도 했다. 심지어는 박물관장에 따라서 방이 새로 건축되기도 했다.
지난 84년 박물관장에 취임한 「피터·손톤」씨는 부관장 「마거릿·리처드슨」여사와 원형복구작업을 결심했다.
재현작업의 목표는 1820년대의 모습.
모든 기록문서들이 정리되고 가구도 원래대로 배치되고 있다.
또 전문가의 도움으로 응접실 벽의 채색이 당시 유행했던 레먼색임을 밝혀냈다.
건물내부는 이제 옛날의 영광을 다시 찾아가고 있고 바닥만이 재원문제로 작업을 시작하지 않고 있다.
그림보관실도 짙은 초록과 고동색으로 채색되고 있고 「소안」경의 작품인 계단도 곧 원형을 되찾게 된다.
시대와 가족을 초월했던 「소안」경의 혼령은 이러한 복구작업을 바라보며 행복감에 싸일 것임에 틀림없다. <변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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