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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 2019] “헤이 구글” 뒤덮인 라스베이거스, 애플은 '디스 광고'로 맞불

중앙일보

입력

[현장르포] CES 2019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8일(현지 시각) 공식 개막한 '2019 소비자 가전 전시회(CES 2019)에서 인공지능(AI) 서비스 '구글 어시스턴트'를 앞세운 구글이 활발한 마케팅으로 참가자들의 시선을 붙잡고 있다. 구글은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는 물론 포드 자동차의 야외 전시장, 중국 가전 업체 하이얼 부스 등에 "헤이 구글"이라는 광고 문구를 내걸었다. 또 라스베이거스를 관통하는 모노레일 등 시내 곳곳에도 "헤이 구글" 광고를 도배하다시피 했다. 라스베이거스에서 가는 곳마다 "헤이 구글"이 눈에 띄자 전시회 참가자들 사이에서 CES 전체가 구글의 연례 개발자 대회가 아닌가 착각이 들 정도라는 반응이 나온다.

헤이 구글이 입간판이 설치된 구글의 CES 2019 부스. 김영민 기자

헤이 구글이 입간판이 설치된 구글의 CES 2019 부스. 김영민 기자

전시장 앞에서부터 인산인해, 피자 공짜로 나눠줘 

CES 2019에서 구글은 유일하게 2층 규모 1400㎡(약 424평) 전시장을 차렸다. 처음 참가한 지난해보다 부스도 20% 정도 커졌다. 컨벤션센터 외곽에 차려진 구글 부스는 횡단보도에서부터 '인산인해'였다. 부스 앞에선 직원들이 앞다퉈 관람객들에게 피자를 공짜로 돌렸다. 직원에게 물어보니 "구글 어시스턴트가 적용된 디바이스가 이달 말로 10억 대가 넘어서는 것을 기념하는 이벤트"라는 답이 돌아왔다.

구글의 차량용 SW 안드로이드 오토가 실제 가장 빠른 길을 찾는 모습. 김영민 기자

구글의 차량용 SW 안드로이드 오토가 실제 가장 빠른 길을 찾는 모습. 김영민 기자

부스 안에 들어서니 포드 자동차 2대가 관람객을 맞았다. 하얀 털모자를 쓴 직원들은 차량용 소프트웨어 '안드로이드 오토'에 각종 명령을 내렸다. 예를 들어 라스베이거스에서 가장 가까운 스시집으로 가는 길을 알려달라고 하면 구글 어시스턴트가 '구글 맵'을 통해 가장 빠른 길을 알려준다. 또 구글 어시스턴트에 "우버를 호출해주세요"라고 말하면 가장 가까이 있는 기사를 스마트폰이 연결해준다.

자동차·TV 등 구글 어시스턴트 적용 기기 곧 10억대 돌파

자동차 다음 부분은 ‘구글 어시스턴트의 친구들’ . 스마트 온도조절기 네스트, TV, 정수기 등 30개 이상 IT 기기가 차례로 진열돼 있다. 구글은 올 CES에 앞서 "구글이 소프트웨어뿐 아니라 하드웨어의 강자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 참여했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구글 부스의 백미는 2층에 설치된 디즈니랜드 식 열차였다. 실제로 약 1시간가량 기다려야 할 정도로 줄이 길었다. 놀이공원에서나 볼 수 있는 열차를 4분가량 타면서 관람객들은 구글이 만들려는 '스마트 시티'를 쉽고 재미있게 접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롤러코스터가 베이커리에 도착하면 프랑스어로 주문해도 영어로 즉각 번역해주는 등 마치 만화 같은 형식으로 기술을 풀어놨다.

CES 2019에서 구글은 초대형 구슬뽑기 기계를 만든 뒤 빨강ㆍ파랑ㆍ초록ㆍ주황 등 각기 다른 구슬을 뽑은 관람객에게 AI 비서의 실제 작동 방식을 보여주고, 럭키 백 형식으로 사은품을 나눠줬다. 김영민 기자

CES 2019에서 구글은 초대형 구슬뽑기 기계를 만든 뒤 빨강ㆍ파랑ㆍ초록ㆍ주황 등 각기 다른 구슬을 뽑은 관람객에게 AI 비서의 실제 작동 방식을 보여주고, 럭키 백 형식으로 사은품을 나눠줬다. 김영민 기자

다만 라스베이거스에서 각종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구글을 폄하하는 곳이 한 군데 있다. 바로 애플이다. 애플은 "헤이 구글" 광고판이 설치된 모노레일이 지나가는 길목에 초대형 옥외 광고판을 설치했다. 광고 문구는 "당신의 아이폰에서 일어나는 일, 당신의 아이폰에 머물게 하세요"다. 경쟁자 구글이 유저 정보를 통해 각종 전자상거래(e커머스)에 이용한다는 점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헤이 구글이 적힌 모노레일이 지나가는 길목에 설치된 애플의 초대형 옥외 광고판. [AFP=연합뉴스]

헤이 구글이 적힌 모노레일이 지나가는 길목에 설치된 애플의 초대형 옥외 광고판. [AFP=연합뉴스]

정구민 국민대 교수(전자공학과)는 “구글 같은 미국 기업은 동양 기업들이 보이는 엄숙하고 진중한 형태의 연설 대신 마치 쇼처럼 기술을 설명해준다"며 "엄숙주의가 아직 남아있는 한국 기업도 벤치마킹할 만하다”고 말했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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