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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북한에 개혁·개방 권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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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조자양 중공당 총서기 방북결산>
중국공산당 총서기「자오쯔양」이 5일간의 북한방문 일정을 마치고 29일 북경으로 돌아갔다.
지난 87년 11월 총서기에 취임한 이래 첫 외국방문인 이번 방문을 통해 조자양은 남북한연방제통일안, 주한미군철수 및 팀스피리트 훈련중지, 그리고 남·북한, 미국간의 3자회담등 북한의 종래 주장을 거듭 지지했다. 또한 한국에 대한 외교적 불승인 입장을 밝히고, 최근 관심사인 문익환 목사 방북사건과 관련, 문 목사 석방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 같은 중국의 태도는 작년 북한정권수립기념일인 9·9절 행사때 「양상쿤」국가주석이 북한을 방문, 「순치의 관계」라는 양국의 전통적 우호협력관계의 견지와 북한 통일방안의 지지를 밝힌 것이나 금년 3월 중순 허담의 북경방문시 조자양이 「일관된」 북한지지를 표명한 것, 그리고 4월 중순 일본을 방문한 「리펑」수상이, 중국-북한관계를 「매우 훌륭한 관계」로 표현한 것 등과 같은 맥락이다.
양국 간에 경제무역 및 과학기술협조위원회 설립, 변경무역 활성화 등 경제협력사항 외에는 특별한 「현안」이 없는 때 이뤄진 이번 방문의 「합의」는 무엇인가.
그 실마리는 조자양이 언급한 『최근 국제상황이 급변하고 있으므로 양국이 정책을 재조정할 필요성이 많아졌다』는 대목이다. 이를 위해 양국은 당정고위층의 빈번한 상호방문, 특히 적당한 시기 김일성의 중국방문에 합의했다.
국제상황의 「급변」과 정책의 「재조정」배경은 이 달 중순의 중소정상회담과 미소데탕트하의 한국의 북방정책, 이 달로 예상되는 한중무역사무소교환, 북한과 미일의 접촉 등이다.
평화공존 외교와 경제개혁의 귀결로서의 대외개방이라는 면에서 합의점을 찾게 될 중소정상회담은 「냉전적, 대결적」국제질서를 재편하기 위한 전환점을 마련할 전망이다.
중소 양국이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의 군사적 긴장완화와 경제교류의 가속화라는 정책을 전개할 때 북한과의 정책조정이 필요하다. 북한이 중소의 개혁·개방정책을 평가하면서도 스스로는「반제」투쟁 및 자주적 경제건설을 강조해왔기 때문이다.
이미 소련은 작년 12월 「셰바르드나제」외상의 북한방문을 통해 주한미군철수, 한국에 대한 외교적 불승인 등을 포함한 북한의 입장을 「원칙적으로」지지하면서도 북한의 개혁·개방을 촉구하여 주목을 끈 바 있다.
당시 「셰바르드나제」는 한반도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존재하는 현실」을 냉정히 고려하여 「민족화해」 및 「이익의 균형」원칙에 입각해야 한다는 입장을 천명해왔다.
중국도 소련과는 달리 입장을 공개하지는 않더라도 북한을 지지하는 일방, 북한의 개혁·개방을 권하고 아·태 지역의 경제교류가 갖는 이점을 설명했을 가능성이 있다.
또한 중국 동북지역과 소련 시베리아·극동지역을 연결하는 경제권역에 북한이 적극 참여할 것을 권유했을 가능성이 크다.
중소데탕트시기에도 양국의 협조를 얻어야할 북한은 중소의 외교노선 변화에 수동적으로나마 조응할 조짐이다. 북방3국은 한반도의 군축문제에서 보조를 맞추는 한편 「교차」경제교류의 자세를 취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최근 조총련과의 합영사업을 활발히 추진하거나 미일과의 접촉을 증대하는 북한의 태도에서 환경변화에 조응하려는 모습이 엿보인다. 북경에서 북한, 미국이 3차례 접촉한바 있고 미국이 4월 24일부로 인도적 상품에 한해 상업베이스의 대북한수출을 공식 허용했는가 하면, 이번 방문에서 조자양은 북한-미국대화의 수준을 격상시킬 것을 강조하고 나섰다.
북한-일본관계 조정에서도 중국이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는 보도도 있다. 북한이 금년도 경제중점인 공작기계 및 전자자동화부문 발전과 「경공업혁명」을 위해서 선진기술도입을 추진할 가능성이 크며, 중국이 계기를 마련하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북한이 한국과 사회주의국가들간의 수교 내지 경제교류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조짐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7월의 세계청년학생축전, 9월의 일본자민당대표단의 북한방문, 일정이 불투명해진 「고르바초프」의 북한방문 등을 앞두고 북한이 과연 어느 시점에서 대외개방의 전기를 마련하게 될지가 주목된다. <유영구·동서문제연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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