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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당2돌…민주당의 시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민주당이 1일 창당 2주년을 맞았지만 정치 판에서 누구나 챙기는 번지르르한 기념식 조차생략하고 넘어갔다. 뭔가에 몰리는 듯한 뒤숭숭하고 착잡한 분위기 때문인 것 같다.
작년엔 4·26 총선 실패로 창당기념식을 못했고 금년은 동해시 재선거후보 매수·경찰관 폭행시비가 겹쳐 이를 생략하자 『김영삼 총재가 봄을 타는 것 같다』 『사무총장(서석재)·차장(심완구)이 잇달아 당하니 고사라도 지내야겠다』는 얘기마저 나오고 있다.
지난해말 김 총재는 『금년을 마감하면서 국민들이 가장 믿을 수 있는 정당임을 과시했다』고 기세를 올렸지만 이제는 가장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된 셈이다. 김 총재가 토로한 「하늘이 준 시련」은 그의 독자노선에의 집착과 좌절에서 비롯됐다.
청문회 인기는 제2야당의 위상에서 벗어나려는 김 총재의 집념을 재촉했고 중간 평가는 민주당에 절호의 기회로 다가오는 듯 했다. 그러나 돌연 중평이 연기되고 중평연기의 허탈감을 동해시 재선거로 옮겨 한판승부를 걸었지만 후보매수사건이 터져 당의 도덕성에 치명타만 받았다. 경찰관 손찌검 시비는 합리성마저 손상했다.
사태가 이에 이르자 『청문회가 이 모양을 만들었다』는 자조 섞인 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청문회가 준 「일과성인기」에 매달려 별 볼일 없는 동해시 재선거에 당운을 걸게 했다는 지적이다.
4·26총선 직후 평민당이 한참 기세를 올릴 때 『일희일비하지 않겠다』던 김 총재가 이를 잊고 반전에 너무 조급한 나머지 탄력성을 잃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민주당을 압박하는 것은 정치권 전체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위기감이다. 중평연기 때는 물론 최근 일련의 사태에서 타3당이 민주당을 고립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게 그들의 판단이다.
물론 그런 가세도 전혀 고려할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민주당의 근본적 문제는 장래에 대한 확고한 목표와 계획, 그리고 그것을 실현시키는데 필수 불가결한 관리능력의 결여에서 오는 것이 아닐까.
오늘날 한국야당의 생리나 다름없는 가두시절의 정국 대응방식을 새 시대에서도 적용하려다보니까 악수가 번번이 나온다는 지적이다.
창당 2주년을 맞으면서 민주당이 보다 장기적인 정국대응책의 수립과 관리능력의 제고를 위한 뼈를 깎는 자세로 심기일전하여 명실상부한 국민 정당으로 거듭 태어나기를 기대해 본다. 박보균<정치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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