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호 언제 어디서 터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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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홈런왕을 눈앞에 둔 이승엽(삼성)의 56호 홈런은 과연 언제.어디서 터질까. 만약 터진다면 27일~10월 2일 사이에 부산.대구.서울.광주 가운데 한곳에서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25일 발표한 프로야구 정규 시즌 잔여 일정에 따르면 이승엽은 남은 여섯 경기를 부산(27일 롯데전)-대구(28일 SK전)-서울(29, 30일 LG전)-광주(10월 1일 기아전)-대구(2일 롯데전)에서 치르게 됐다.

◇부산.광주.서울 찍고=이승엽의 56호 홈런 사냥은 부산에서 출발, 경부선을 타고 서울로 올라온 뒤 호남선으로 갈아타고 광주로 내려가 홈 그라운드인 대구에서 끝을 맺는다. 마지막 스퍼트를 내야 하는 이승엽에게는 이번이 고별무대이기도 하다.

이승엽은 올시즌 이후 미국 메이저리그 진출 계획을 갖고 있다. 따라서 이번 투어는 홈런 신기록 기대뿐 아니라 이승엽의 힘찬 스윙을 몇년간은 볼 수 없다는 희소성까지 겹쳐 정규 시즌 최고의 빅카드로 꼽힌다.

포스트 시즌 진출 티켓이 걸린 1~4위의 최종 순위결정도 남은 기간 불꽃을 튀긴다. 29일 기아-현대전(광주), 다음달 1일 기아-삼성전(광주)은 1위 싸움의 분수령이다. 또한 나란히 6경기를 남겨놓고 2승차로 좁혀진 4위 SK와 5위 한화는 30일 대전구장에서 숙명의 맞대결을 벌인다.

◇이승엽을 보호하라=현재 이승엽이 맞닥뜨린 가장 큰 장벽은 부담감이다. 이제 한개의 홈런만 더 치면 되지만 1백여명씩 따라붙는 대규모 취재진과 팬들의 열기 속에서 고도의 집중력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평소 야구 취재 경험이 없는 일부 방송팀이 배팅 연습장에 바짝 다가서는 바람에 훈련에 차질을 빚기도 한다. 일부 방송사는 홈런 신기록이 터지면 경기를 중단하고 인터뷰를 하게 해달라는 무리한 요구도 한다.

경기를 치러야 할 삼성 구단이나 홈 구단이 발빠르게 대응하기는 어렵다. KBO 차원의 대책 마련이 절실한 이유다. 현장에서는 KBO가 개별 구단의 일이라고 뒷짐을 지기보다는 적극적으로 중재와 조정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2001년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배리 본즈(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시즌 최다 홈런(73호) 달성을 앞두고 정규 시즌임에도 불구하고 구단에서 경기 진행 권한을 위임받아 취재 열기로부터 본즈를 보호했다.

광주=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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