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집단사표 "일파만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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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민주당 심완구 의원의 경찰간부 폭행사건은 최재삼 경남도경 국장과 도경 총경급 과장 8명, 경찰서장 23명이 사표를 낸데 이어 일선 경찰관들의 사표 파동으로 확산돼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도 단위 경찰 지휘관이 모두 사표를 제출한 사례는 우리나라 경찰사에 처음 기록되는 충격적인 사건이다.
심의원의 폭행사건은 정치적 소용돌이와 최근 잇따른 노사분규·과격시위 현장에서 화염병과 투석세례로 위축돼 있던 경찰의 불만에 불을 지른 격이 됐다.
경찰은 그동안 시국치안으로 당해온「수모」를 이번 사건을 통해 풀어보겠다는 의도까지 내비치고 있어 사태 진정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국회의원의 경찰간부 폭행에 항의, 경찰 간부들의 집단사표 사실이 전해지자 일선 경찰관의 항의는 물론 타시·도 경찰관들의 격려전화가 쇄도하는 것도 사태의 심각성을 말해주고 있다.
경찰관들의 사표 파동은 도경 총경급 간부들의 사표에 이어 경정·경감급 도경간부 32명을 비롯해 창원 경찰서 직원 1백59명, 함안 경찰서 관내 과장·지서장등 22명이 27일밤 사표를 제출했으며 특히 마산경찰서는 직원 3백18명이 폭행사건에 대한 항의문과 함께 연명으로 사표를 제출했다.
사표 파동이 확산되자 경남도경은 김룡찬 경무과장이 『더 이상 사표를 내지 말고 사태를 관망하면서 경찰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줄 것』을 당부하는 지시를 내렸으나 진정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사태가 악화되자 조종석 치안본부장은 『공무 집행중이던 고급간부가 많은 부하들 앞에서 뺨을 맞는 수모를 당해 경찰의 사기가 기로에 있다』며 법적으로 시비를 가리겠다는 입장이다.
정총경은 28일 오전 마산지검에 심의원을 상대로 공무 집행 방해·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이번 파문의 장본인인 심의원은 『경찰이 근로자들을 무차별 연행하는 상황에서 이를 말리다 경황중에 일어난 일인데 경찰이 지나치게 확대시키는 저의가 의심스럽다』고 말해 사안을 보는 양측 시각에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심의원은 『문제가 된 폭행사건에 앞서 과격 연행을 꾸짖는 국회의원을 경찰이 밀어 붙였으며 이후에도 가죽 혁대가 뜯어질 정도로 집단린치를 당했는데 거두절미한 채 경찰간부 폭행사실만을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폭행사건 직후 정총경이『심 의원에게 심하게 항의한데 이어 심의원 등 민주당 조사단 일행은 최도경국장에게 경찰서 내에서 국회의원에 대한 폭행을 항의하고 사과를 요구해 이번 사건에 대한 양측입장의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공무집행중인 경찰의 기능이 위축돼서도 안되겠지만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의 권위도 찾을 수 있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다.

<창원=허상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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