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발표보고 조성길 안전한 나라로 갔다 판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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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이탈리아 북한대사관 입구에 등장한 사진들. 조성길 대사대리가 잠적한 이후 침묵하던 북한 대사관이 지난해 9월 평양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남북정상회담 환영공연 사진 등을 6일(현지시간) 내걸었다. [연합뉴스]

주이탈리아 북한대사관 입구에 등장한 사진들. 조성길 대사대리가 잠적한 이후 침묵하던 북한 대사관이 지난해 9월 평양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남북정상회담 환영공연 사진 등을 6일(현지시간) 내걸었다. [연합뉴스]

조성길 주이탈리아 북한 대사대리의 잠적과 관련해 탈북한 박지현 유럽북한인권협회 간사는 "국정원이 국회에서 이탈을 공개하는 것을 보고 이미 조 대사대리가 안전한 나라로 갔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박 간사는 6일(현지시간) 전화 인터뷰에서 "태영호 전 공사가 한국행을 택했을 때 너무 일찍 언론 앞에 서고 이동 경로까지 자세히 알려져 탈북 사회가 깜짝 놀랐다"고 전했다. 그는 "당시 중간에 도와줬던 이들까지 어려움을 겪었고, 향후 북한 외교관들의 추가 이탈이 어려워질 것이란 우려가 나왔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이번에는 각 국 정보기관들이 조심했을 것이므로 조 대사대리의 신변이 안전해진 상태이기 때문에 이탈을 확인했을 것이란 관측이다.

조성길 주이탈리아 북한 대사대리 (오른쪽에서 두번째) [AP]

조성길 주이탈리아 북한 대사대리 (오른쪽에서 두번째) [AP]

 망명지와 관련해 박 간사는 "영국이나 이탈리아 등 북한대사관이 있는 곳은 아무래도 위험할 수 있다"며 "미국으로 갔더라도 조 대사대리의 행방은 한동안 드러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외교관 등 고위직이 이탈하면 북한이 체포조를 보내는 것은 사실"이라며 "태 전 공사도 지금 한국 내에서 위험한 상태"라고 주장했다. 두차례 탈북한 박 간사는 런던에서 탈북여성과 아동의 인권을 지키는 단체인 징검다리의 공동대표도 맡고 있다.

태영호 전 주영 북한 공사 [중앙포토]

태영호 전 주영 북한 공사 [중앙포토]

영국 텔레그래프는 북한 정권이 외교관들의 추가 이탈을 막기 위해 탈북 인사를 본보기로 공격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박지현 유럽북한인권협회 간사 “태영호 안전 위험“ #태영호 한국행 정보 일찍 공개돼 도운 이들 곤경 #한미 조성길 안전 보장돼자 이탈 획인해준 듯 #로마 북한대사관은 문대통령 김정은 사진 내걸어

 프랑스정치연구소의 한반도 전문가 레오니드 페트로브는 "한국에 장기 파견된 북한 요원들이 있는데 주요 탈북 인사를 제거하라는 주문을 거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김정일의 처조카 이한영이 탈북후 한국에서 살해된 것 등을 거론하며 "경호원이 붙더라도 탈북 고위 인사와 가족들을 모든 상황에 보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조 대사대리 잠적이 알려진 후 침묵으로 일관하던 이탈리아 북한대사관은 6일 비어있던 정문 옆 게시판에 사진을 내걸었다. 지난해 9월 평양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남북정상회담 당시 열린 환영공연과 김 위원장의 활동 모습 등 A4 용지 크기의 사진 총 6장이다.

윗줄에는 김 위원장이 지난해 11월 북한을 방문한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과 함께 찍은 사진과 김 위원장의 최근 활동 모습이 걸렸다.

 아랫줄에는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작년 9월 관람한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 '빛나는 조국' 공연 모습, 삼지연 관현악단의 환영 공연 사진 등이 있었다.

 날이 저문 뒤에는 북한대사관 관계자가 이 사진을 다시 떼어내는 장면도 목격됐다. 저녁 시간까지 대사관 내부는 불이 밝혀진 방이 많았다. 이탈리아는 월요일인 7일부터 연말연초 휴가시즌이 끝나는데 북한대사관도 정상업무에 복귀하는 인상을 주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로마=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프랑스 파리 국립동양언어대학(INALCO)에서 열린 '북한 정권의 인권기록'이라는 제목의 세미나에 박지현 탈북인권협회 간사 겸 징검다리 공동대표가 탈북 경험을 증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프랑스 파리 국립동양언어대학(INALCO)에서 열린 '북한 정권의 인권기록'이라는 제목의 세미나에 박지현 탈북인권협회 간사 겸 징검다리 공동대표가 탈북 경험을 증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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