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작품 북한에 많이 알려져 있다"|방북 황석영씨 어제 일 도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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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동경=방인철 특파원】북한을 방문한 작가 황석영씨가 27일 오후3시20분 북경발 중국민항 CA-951편으로 나리타공항에 도착했다. 황씨는 북한방문 경위에 대해 출발 며칠 전 이종찬 민정당 사무총장, 민주당 김상현 부총재, 문학작가회의 김용태 사무국장 등 4명이 만난 자리에서 북한방문의사를 분명히 밝혔으며 이 총장은 『황 선생 같은 사람이 갔다 오면 좋겠다』는 뜻을 말해 북한방문을 승낙한 것으로 알았다고 말했다.
황씨는 26일 북경주재일본대사관에서 15일간의 단기 경유비자를 받았지만 자신의 기행문이 완성될 때까지 한달 내지 한달 반 정도는 일본에 머무를 계획이며 법적 문제가 있으면 제3국으로 가서라도 집필을 끝낼 생각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공항에서 기자회견 내용.
-평양에서 누구를 만났나.
▲어린아이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만났다. 또 위로는 김일성 주석에서 밑으로는 일반노동자까지 많은 사람을 만나 의견을 나눴다.
-북한의 전체적 인상은.
▲처음 보름간 계속 눈물바다였다. 오랫동안 분단으로 만나지 못했던 친척을 만난 감격에 눈물을 흘렸고 나중 보름간은 냉정하게 살펴보려고 노력했다.
북한을 다니면서 지금이야말로 민족의 이익을 위해 남북통일을 이뤄야 할 때라고 절실하게 느꼈다.
-김일성과도 만난 것으로 아는데.
▲(기자가 주석이란 호칭을 안 붙인데 대해 언짢은 표정을 지으며 통일을 앞두고 대화하자는 자리에서 주석을 붙여 불러도 되지 않느냐고 반문한 뒤) 김일성주석은 77세의 나이에 비해 아주 건강하게 보였다. 김 주석은 문학예술에도 조예가 깊은 인상을 받았으며 「막심·고리키」「톨스토이」의 청년시대에 대해 흥미 있게 이야기를 나눴다. 김 주석은 『장길산』도 모두 읽었다고 말했다.
-가족·친지들도 만났는가.
▲평양에 살고 있는 외삼촌 가족을 만났다. 어른들은 모두 돌아가셨기 때문에 외삼촌 형제들과 만났을 뿐이다. 나의 작품『한씨 연대기』를 연상, 눈물을 많이 흘렸다.
-북한의 문화계 인사는.
▲문예총 소속의 문학가·음악가·영화배우 등 많은 인사와 만났다.
-북한에서 현대 한국작가의 작품을 많이 알고 있는가.
▲현재 구속되어 있는 고은씨의 시집을 비롯, 백악청·이문구·김지하 등 문학가들의 작품이 많이 알려졌으며 나의 소설도 많이 소개돼 있었다.
-그곳에서도 민중문학을 접할 수 있었는가.
▲(언성을 높이며) 그런 질문은 왜 하는가. 사회체제가 다르므로 문학도 다르다. 북의 문학은 북의 것일 뿐이다.
-정부에 하고싶은 말은.
▲남쪽의 혈연과 북쪽의 혈연이 서로 통하는 세대가 없어져 간다.
막내 이모님이 그래도 살아있어 외사촌 형제들을 만날 수 있었던게 아닌가. 나의 부재중 아내를 체포, 2∼3일 구금해 수사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민주화에 역행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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