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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알츠하이머 심각···하루 10번 넘게 이 닦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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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전 대통령. [중앙포토]

전두환 전 대통령. [중앙포토]

5ㆍ18 민주화운동과 관련해 고(故)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88) 전 대통령이 7일 재판에 또 불참했다. 재판부는 다음 재판에 대비해 구인영장을 발부했다.

고 조비오 신부 사자명예훼손 혐의 두 번째 공판 #변호인 "독감과 고열로 외출 어려운 상황" 주장 #재판부, 오는 3월 11일 다시 재판 방침

광주지법 형사8단독 김호석 판사는 이날 오후 2시 30분 전 전 대통령에 대한 두 번째 공판기일을 열었다. 공판준비기일과 달리 공판기일에는 피고인이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출석해야 한다.

지난 4일 건강상 이유로 기일변경을 신청했던 전 전 대통령은 이날 예상대로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지난해 8월 첫 공판기일에 이은 두 번째 불출석이다. 변호인은 “독감과 고열로 외출이 어려운 상황이다”고 했다.

전 전 대통령 측 관계자는 이날 재판 직후 기자와의 통화에서 "전 전 대통령이 불과 10분 전 이를 닦은 사실도 기억하지 못해 하루에 10번 이상 이를 닦기도 한다"며 "5년여 전부터 알츠하이머 약을 먹고 있지만 인지능력과 기억력이 매우 나빠진 상태다. 방금 전 들은 얘기나 만난 사람을 기억하지 못할 정도"라고 했다.

사자명예훼손 혐의를 받고 있는 전두환 전 대통령(88)의 형사재판이 열리는 7일 오후 광주지방법원으로 5월 단체 회원들이 들어서고 있다. [뉴스1]

사자명예훼손 혐의를 받고 있는 전두환 전 대통령(88)의 형사재판이 열리는 7일 오후 광주지방법원으로 5월 단체 회원들이 들어서고 있다. [뉴스1]

재판부는 전 전 대통령이 출석하지 않고는 재판을 진행할 수 없다고 판단, 재판 기일을 오는 3월 11일 오후 2시 30분으로 다시 잡았다. 특히 전 전 대통령이 다음 재판에도 불참할 것을 대비해 이날 구인영장을 발부했다. 구인장의 유효기간은 3월 11일 재판 기일까지이며 인치장소는 광주지법 201호 법정이다.

앞서 5ㆍ18 단체들도 강제 구인을 촉구했다. 5ㆍ18기념재단과 5월 3단체(민주유공자유족회, 민주화운동부상자회, 구속부상자회)는 재판 직전 성명서를 내고 “전두환은 온갖 수단과 방법으로 재판을 지연시키고 있다”며 “재판에 성실히 임해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고 용서를 구할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말라”고 했다. 또 “재판부는 강제 구인해 재판이 신속히 진행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알츠하이머 투병 등을 이유로 첫 공판기일에 나오지 않은 그는 이번에도 불출석할 것이라는 관측이 일찌감치 나왔다. 부인 이순자(80) 여사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전 전 대통령을 ‘민주화의 아버지’로 표현하며 “조금 전의 일을 기억 못 하는 사람한테 광주에 내려와서 80년대 일어난 얘기를 증언해달라고 하는 것 자체가 일종의 코미디”라며 불출석 의사를 내비쳤다.

전두환 전 대통령. [연합뉴스]

전두환 전 대통령. [연합뉴스]

이 여사는 지난해 8월 첫 공판기일을 앞두고는 자료를 내고 전 전 대통령이 알츠하이머를 앓는 등 건강 상태가 좋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시 “90을 바라보는 고령 때문인지, 인지 능력이 크게 떨어졌다”며 “현재는 소송이 제기된 사실을 말해도 잠시 뒤 기억조차 못 한다. 출석하더라도 진술이 어렵다”고 했다.

전 전 대통령은 지난해 5월 기소됐지만, 건강 문제를 내세우거나 서울에서 재판받겠다고 주장해 재판 절차가 지연됐다. 대법원은 광주지법에서 재판해도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그의 주장을 일축했다.

이번 사건은 전 전 대통령이 2017년 4월 낸 『전두환 회고록』에서 출발했다. 이 책에서 그는 80년 5월 광주에서 계엄군의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생전 증언한 조비오 신부를 비난했다. 헬기 사격 자체가 없었다며 조 신부를 ‘가면을 쓴 사탄’,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표현했다.

조 신부 유족과 5ㆍ18단체 측의 고소를 접수한 검찰은 수사 끝에 헬기 사격이 실제 있었다고 판단하고 전두환 전 대통령을 불구속기소 했다. 하지만 그를 대신해 법정에 출석한 변호인은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검찰 판단과 달리 80년 5월 당시 헬기 사격이 있었다고 볼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광주광역시=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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