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시위, 공감 못 얻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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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학원분규와 노사간의 충돌이 잇따르는 가문데 「4·30 전국노동자대회」를 앞두고 또다시 불안과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대다수 시민들은 근로자들이 폭력과 파괴를 자제하는 한편 당국 또한 평화적인 시위로 유도했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그러나 주최측은 강행으로, 당국은 원천봉쇄로 맞서고 있어 안타깝기 그지없다.
요즘의 시위가 집단 의사의 평화적인 표현수단으로서의 시위나 집회라면 몰라도 시위가 곧 폭력과 화염병과 투석·방화를 의미하기 때문에 이번 대회에 대한 우려와 걱정이 없을 수 없다.
더구나 통상마찰과 원화절상 등 4중고로 우리 경제가 파탄 직전에 있고, 정치적 급변기에 시기적으로 미묘하고 국민들이 볼 직접적인 피해나 불안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사실 최근에 일어났던 몇몇 시의는 흡사 도시게릴라나 전쟁행위를 방불케 하는 과격과 난폭성을 드러냈다.
얼마 전 창원공단 근로자들의 시외에서는 화염병과 최루탄, 돌멩이만 난무한게 아니라 경찰에 쫓긴 근로자들이 못판을 부착한 지게차로 맞섰고, 신나와 벙커 C유가 든 드럼통에 불을 붙여 경찰을 향해 굴리기도 했다. 황산이 든 비닐 병을 던지는 격렬한 장면도 있었다.
시위의 양상이 파괴와 방화는 물론 상대방의 생명에 위협을 가하는 시위라면 그것은 더이상 시위라 할 수도 없다. 난동과 폭거와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요즘 이같은 격렬한 시위와 대결로 시위 당사자인 학생과 근로자뿐 아니라 경찰이 본 피해도 적지 않거니와 시민들이 본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돌과 최루탄에 맞아 실명위기에 있는 학생, 화염병으로 생업수단인 가게나 택시·승용차가 불타고 교통 불편과 최루탄 가스로 고통받는 시민의 수는 헤아리기 힘들 정도다. 지난 한햇동안 경찰관의 인명피해만도 사망 1명에 중상 1백36명이고 올 들어 지난 3월까지 64명이 중상을 입었다.
이런 혼란과 불안한 와중에서 경제는 나날이 후퇴하고 투기심리가 다시 고개를 들어 곳곳에서 투기꾼이 극성을 부리며 정치의 민주화도 호미와 답보를 못 면하고 있지 않은가.
이처럼 폭력시위의 피해는 정치와 경제, 사회 전반에 나타나고 있으며 이러다가 모든게 끝장이 나는게 아닌가 하는 위기감까지 감돌고 있다. 어렵사리 이룩한 민주화와 경제적 달성이 폭력시위로 이 나라가 파국과 파멸로 치닫게 된다면 이보다 더한 불행은 없다.
오늘(28일)부터 발효한 새집시법 시행과 더불어 우리의 시위문화도 제자리를 찾아 정착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강행과 원천봉쇄도 종지부를 찍었으면 좋겠고, 극렬 폭력시위나 이에 대응하는 공권력도 이성을 되찾고 인내와 자기 통제로 성숙한 모습을 보였으면 한다.
폭력시위가 아무리 정의를 내세운 시위라 해도 정의로울 수 없고 질서와 규법과 규율을 파괴하는 시위는 폭력일 뿐이다.
법을 파괴하는 시위가 아닌 법의보호를 받는 평화적인 시위로 자리잡는데 다같이 노력해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런 점에서 이번 4·30대회가 파행적 집시문화에서 탈피하는 분수령이 되어야 하고 당국 또한 새 집시법이 여 야와 국민적 합의로 만들어진 규범이라는 점을 인식해 원천봉쇄에 앞서 평화적 시위로 이끄는 방안을 모색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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