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씨, 1억~2억씩 대출금 갚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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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대검 중수부는 2003년 외환은행 매각협상 당시 정부와 외환은행 관련자에 대한 수사를 올 3월 착수했다. 지금까지 검찰은 외환은행 매각자문사 선정과 론스타의 부실채권 매입 과정에서 개인 비리에 연루된 전용준(구속기소) 전 외환은행 매각 TF팀장 등 5명을 구속 기소했다. 검찰 수사와는 별도로 감사원은 그동안의 감사 결과를 다음주 초 발표한다. 검찰은 다음달 말께 수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 왜 이헌재씨인가=검찰이 이 전 부총리에 대한 출국금지와 함께 거래 은행의 전표 등을 압수수색한 것은 구체적인 단서를 확보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수사 관계자는 "수사가 상당히 진척돼 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검찰은 이 전 부총리를 축으로 하는 이른바 '이헌재 사단'이 외환은행 매각 과정에서 부당하게 개입했는지를 수사 중이다. 은행법 등은 금융기관이 아닌 투자펀드는 '부실 금융기관'으로 지정된 금융회사만 인수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따라서 이들이 이 규정을 피하려고 매각 당시▶외환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의도적으로 '부실(BIS 비율 8% 미만)'쪽으로 맞췄는지 ▶이 과정에서 음성적 돈 거래 등이 있었는지가 수사 초점이다.

검찰은 특히 이 전 부총리가 2003~2004년 수차례에 걸쳐 1억~2억원씩 대출금(10억원)을 갚아나가던 시점이 묘하게도 외환은행 매각협상이 한창 진행되던 때와 일치한다는 점에 의심을 두고 있다. 이 전 부총리는 "10억원은 한남동 집을 살 때 빌린 돈이다. 중간 중간 정기예금과 적금의 만기가 돌아오는 대로 상환해서 지금은 다 갚았다"고 말했다. 외환은행 측은 "관련 대출은 정해진 규칙에 따라 이뤄져 부정의 소지가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

◆ "변양호씨 사건과 관계없어"=이 전 부총리 측근 인사들인 이른바 '이헌재 사단'의 당시 역할과 활동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금융계 등에 따르면 외환은행 매각을 주도한 당시 이강원 외환은행장, 김석동 금감위 감독정책국장 등이 이 전 부총재의 측근 인사로 분류된다. 특히 이 전 은행장과 이달용 전 부행장 등은 론스타에 외환은행이 팔리고 난 뒤 퇴직금 등의 명목으로 모두 16억원을 받았다. 이 전 은행장과 김 전 국장 등은 올 4월 감사원에서 조사를 받았다.

일각에서는 변양호 전 재경부 금융정책국장이 현대차의 로비를 맡았던 김동훈(구속기소)씨에게서 2억원을 받아 구속된 것과 관련, 이 전 부총리에 대한 수사도 현대차 로비와 연결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채동욱 대검 수사기획관은 "변 전 국장의 뇌물수수 사건과 이 전 부총리는 관계가 없다"며 선을 그었다. 이 전 부총리의 한 측근은 "이 전 부총리와 변 전 국장이 유착관계로 보기 힘들다"고 전했다. 외환위기 직후 변 전 원장이 재경부 금융정책국장이던 시절 금융 구조조정 정책을 놓고 금감위와 마찰이 잦았고, 이 때문에 당시 금감위원장이던 이 전 부총리와 불편한 관계였다는 것이다.

김동호.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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