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 의원회관을 지은 이래 대회의실에 가장 많은 분이 오셨다.”
주말이었던 5일, 국회 의원회관 대강당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의 신년 모임에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김진표 의원이 한 말이다. 이날 행사에는 수용 규모 450석을 훌쩍 넘긴 1000여명이 모였다.
이날 행사의 공식 명칭은 ‘문파 라이브 에이드(Live Aid), 해피뉴이어 문꿀오소리 토크쇼’다. 맹목적인 문 대통령 지지자를 비아냥대는 표현인 ‘문빠’를 지지자 스스로 순화한 문파(文派)란 말과 문 대통령 열성 지지자들을 배타적으로 일컫는 문꿀오소리란 표현을 스스럼없이 사용할 만큼, 문 대통령을 향한 이들의 애정은 강력하다. 이날 행사에서도 “문 대통령을 지킬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 “지옥 같은 10년을 참아냈다. 우리는 조연, 대통령님은 주연으로 만들자” 같은 발언이 줄을 이었다.
반면 민주당을 향해선 냉소적인 반응을 숨기지 않았다. 토크쇼를 진행하던 중 패널 한 명이 이해찬 대표를 언급하자 청중에서 야유가 터졌다. 행사에 참석한 김종민 의원이 행사 이름을 빗대 “민주당도 ‘에이드’(돕다) 좀 해달라. 그래야 대통령을 확 지킨다”고 했다가 청중과 사회자로부터 “이러니까 가루가 되게 까이는 것”이라는 핀잔을 들었다. 한 팟캐스트 진행자가 “성남의 조폭을 파고 있다. 이재명을 잡기 위해서라면 쫄지 않겠다”고 하는 등 민주당 소속인 이재명 경기지사는 아예 적군 취급을 당했다.
문 대통령 입장에서 팬클럽은 정서적 우군이다. 정치적 동지이자 선배였던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도 ‘노사모’를 아꼈다. 그러나 민주당 입장에선 딜레마적인 존재다. 논쟁의 최전선에 서는 아군인 동시에 갈등의 발화점이기도 해서다. 지난해 지방선거 때 불거져 전당대회를 거치면서 심화한 당내 균열의 원인 가운데 문파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적지 않다. 이는 문 대통령과 민주당의 지지율이 동반 하락하는데도 악영향을 끼쳤다.
올해는 문재인 정부 집권 3년 차다. 그러잖아도 중요하고 어려운 시기인데, 주변 환경은 녹록지 않다. 지지율은 내리막이고 각종 지표도 좋지 않다. 당에서도 지난해 말 불거진 김태우 전 특감반원 문제 등으로 “청와대 쪽에서 사고가 터진 걸 당에서 수습하는 게 참 어렵다”는 얘기가 나온다.
균열은 붕괴의 전조다. 지금은 작아 보이는 내부의 갈등을 제대로 못 다루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내년 총선을 앞둔 여권에도, 갈 길 바쁜 대한민국 전체에도 좋을 게 없다.
권호 정치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