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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구하자”는 문파와 집권 여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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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권호 기자 중앙일보 기자
권호 정치팀 기자

권호 정치팀 기자

“국회에 의원회관을 지은 이래 대회의실에 가장 많은 분이 오셨다.”

주말이었던 5일, 국회 의원회관 대강당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의 신년 모임에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김진표 의원이 한 말이다. 이날 행사에는 수용 규모 450석을 훌쩍 넘긴 1000여명이 모였다.

이날 행사의 공식 명칭은 ‘문파 라이브 에이드(Live Aid), 해피뉴이어 문꿀오소리 토크쇼’다. 맹목적인 문 대통령 지지자를 비아냥대는 표현인 ‘문빠’를 지지자 스스로 순화한 문파(文派)란 말과 문 대통령 열성 지지자들을 배타적으로 일컫는 문꿀오소리란 표현을 스스럼없이 사용할 만큼, 문 대통령을 향한 이들의 애정은 강력하다. 이날 행사에서도 “문 대통령을 지킬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 “지옥 같은 10년을 참아냈다. 우리는 조연, 대통령님은 주연으로 만들자” 같은 발언이 줄을 이었다.

반면 민주당을 향해선 냉소적인 반응을 숨기지 않았다. 토크쇼를 진행하던 중 패널 한 명이 이해찬 대표를 언급하자 청중에서 야유가 터졌다. 행사에 참석한 김종민 의원이 행사 이름을 빗대 “민주당도 ‘에이드’(돕다) 좀 해달라. 그래야 대통령을 확 지킨다”고 했다가 청중과 사회자로부터 “이러니까 가루가 되게 까이는 것”이라는 핀잔을 들었다. 한 팟캐스트 진행자가 “성남의 조폭을 파고 있다. 이재명을 잡기 위해서라면 쫄지 않겠다”고 하는 등 민주당 소속인 이재명 경기지사는 아예 적군 취급을 당했다.

5일 국회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의 신년 행사 ‘문파 라이브 에이드’ 현장. [연합뉴스]

5일 국회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의 신년 행사 ‘문파 라이브 에이드’ 현장. [연합뉴스]

문 대통령 입장에서 팬클럽은 정서적 우군이다. 정치적 동지이자 선배였던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도 ‘노사모’를 아꼈다. 그러나 민주당 입장에선 딜레마적인 존재다. 논쟁의 최전선에 서는 아군인 동시에 갈등의 발화점이기도 해서다. 지난해 지방선거 때 불거져 전당대회를 거치면서 심화한 당내 균열의 원인 가운데 문파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적지 않다. 이는 문 대통령과 민주당의 지지율이 동반 하락하는데도 악영향을 끼쳤다.

올해는 문재인 정부 집권 3년 차다. 그러잖아도 중요하고 어려운 시기인데, 주변 환경은 녹록지 않다. 지지율은 내리막이고 각종 지표도 좋지 않다. 당에서도 지난해 말 불거진 김태우 전 특감반원 문제 등으로 “청와대 쪽에서 사고가 터진 걸 당에서 수습하는 게 참 어렵다”는 얘기가 나온다.

균열은 붕괴의 전조다. 지금은 작아 보이는 내부의 갈등을 제대로 못 다루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내년 총선을 앞둔 여권에도, 갈 길 바쁜 대한민국 전체에도 좋을 게 없다.

권호 정치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