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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한 철벽 신영석, 현대캐피탈 3연승 이끌었다

중앙일보

입력

요스바니의 공격을 가로막고 있는 현대캐피탈 신영석. [사진 한국배구연맹]

요스바니의 공격을 가로막고 있는 현대캐피탈 신영석. [사진 한국배구연맹]

V리그 최고의 미들블로커다웠다. 신영석(33·현대캐피탈)이 블로킹으로 팀의 선두 도약을 이끌었다.

현대캐피탈은 6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OK저축은행과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3-2로 이겼다. 신영석의 거미손이 1세트부터 폭발했다. 신영석은 2-0에서 조재성의 퀵오픈을 막아내 분위기를 가져왔다. 8-7로 OK저축은행이 추격한 상황에서도 결정적인 블로킹을 성공시킨 데 이어 요스바니의 공격까지 막아내 10-7을 만들었다. 결국 현대캐피탈은 이 리드를 끝까지 지켜내 승리했다. 신영석은 2,3,4세트에서도 블로킹 1개씩을 잡아내며 10득점(6블로킹, 1서브득점)을 올렸다. 3연승을 달린 현대캐피탈(17승5패, 승점45)은 대한항공(15승6패, 승점44)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신영석은 지난 시즌 블로킹 1위, 속공 2위에 강서브까지 때리며 팀의 정규시즌 우승을 이끌었다. 2단 공격 연결은 물론 4인리시브에 가담할 정도로 다재다능함을 뽐냈다.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이 "팀내 기여도 1위"라고 꼽을 정도였다. 덕분에 V리그 최초로 미들블로커로서 날개공격수의 전유물이나 다름없던 MVP에 올랐다. '농구대통령'으로 불린 허재 감독을 닮은 외모 덕에 '배구대통령'이란 별명도 얻었다. 그는 "지난 시즌 MVP 수상은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고 웃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신영석은 고비를 맞았다. 지난 4월 고질적인 통증이 있엇던 오른 무릎 수술을 받은 것이다. 그럼에도 활약은 여전하다. 60%대 공격성공률을 유지하면서도 서브 12위를 달리고 있다. 블로킹과 속공은 2위와 4위. 범실은 오히려 지난 시즌보다 줄었다. 신영석은 "이렇게 긴 재활을 해본게 처음이다. 감독님께서 '1월까지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하셨는데 다행히 감독님 말처럼 좋아지고 있다"고 했다. 이어 "기록은 신경쓰지 않는다. 예전엔 블로킹 순위에 아예 이름을 올리지 못한 적도 있었지만 마지막엔 좋았다. 그걸 몇번 경험해서인지 지금은 잘 이겨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다 좋은 건 아니다. 지난 시즌까지 주전세터였던 노재욱이 떠난 것이다. 이승원, 이원중과 호흡은 아직 100%라고 보기 어렵다. 이날 경기에서도 공격성공률은 33.33%에 그쳤다.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은 "리시브가 속공을 쓰기도 애매하고 안 쓰기도 애매할 때가 많았다. 그래서 이승원이 가운데를 쓰지 못했던 것 같다"고 했다.

신영석은 "(노)재욱이만의 장점도 있고, (이)승원이의 장점도 있다. 연습 때는 잘 되는데 시합 때 어긋나는 모습이 많이 나온다"며 "지금 어렵지만 마지막엔 이 경험이 도움이 될 것 같다. 세터들과 경기 다음날 비디오를 보면서 좋았던 점과 안 좋았던 점에 대화를 많이 나누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영석이 걱정하는 건 따로 있다. 바로 현대캐피탈 특유의 '즐기는 배구'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신영석은 "예전엔 지고 있어도 지고 있다는 느낌을 안 받았다. 지난 시즌엔 외국인선수 없이도 고비를 이겨냈다. 하지만 지금은 이기고 있어도 코트에서 '뛰어놀지' 못하고 있다. 감독님도 '놀지를 못하냐'고 한다. 그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천안=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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