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이동국, "황의조, 한국축구 10년 이끌 재목"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6면

이동국이 황의조에게

이동국이 황의조에게

“그는 한국 축구를 10년 이상 이끌 공격수다.”

이동국이 후배에게 보내는 응원 #한국, 59년 만의 우승 도전 #오늘 필리핀과 아시안컵 1차전 #밤 10시 반 JTBC 단독 생중계

‘라이언킹’ 이동국(40·전북 현대)이 국가대표 후배인 황의조(27·감바 오사카)를 극찬했다.

황의조가 이끄는 한국은 7일 오후 10시 30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의 알 막툼 스타디움에서 필리핀과 2019 아시안컵 조별리그 C조 1차전(JTBC 중계)을 벌인다.

필리핀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 한국(53위)보다 63계단이나 낮은 116위다. 한국은 필리핀과의 역대 전적에서 7전 전승을 기록 중이다. 하지만 필리핀은 잉글랜드 대표팀 감독을 지낸 스벤 예란 에릭손(71·스웨덴)을 영입해 전력을 재정비한 뒤 반격을 노리고 있다. 독일 20세 이하 대표팀 출신 혼혈 미드필더 슈테반 슈뢰크(32·필리핀 세레스)를 조심해야 한다.

2000년 이란과 아시안컵 8강 연장전에서 골을 골을 터트린 이동국. 2000년 전후 이동국의 국가대표 경기사진을 보면 대부분 무릎에 테이핑을 하고 있다. 당시 그는 무릎 인대를 다친 상황에서도 청소년팀부터 올림픽팀, 국가대표팀(A팀) 소집에 모두 응했다.[대한축구협회]

2000년 이란과 아시안컵 8강 연장전에서 골을 골을 터트린 이동국. 2000년 전후 이동국의 국가대표 경기사진을 보면 대부분 무릎에 테이핑을 하고 있다. 당시 그는 무릎 인대를 다친 상황에서도 청소년팀부터 올림픽팀, 국가대표팀(A팀) 소집에 모두 응했다.[대한축구협회]

1960년 이후 59년 만에 아시안컵 우승을 노리는 한국은 황의조의 발끝에 기대를 건다. ‘아시안컵의 사나이’ 이동국도 황의조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했다. 이동국은 아시안컵에서만 총 10골을 터트렸다. 2000년 레바논 대회에서 6골로 득점왕에 올랐고, 2004년 중국 대회에서 4골을 뽑아냈다. 이란의 알리 다에이(14골)에 이어 역대 득점 2위다. 2000년 이란과의 8강전에선 연장에서 골든골을 터트렸다.

이동국은 5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2000년 당시 무릎 인대가 좋지 않아 테이핑을 하고 뛰었다. 그땐 득점왕이 목표가 아니라 가진 모든 걸 쏟아붓겠다는 생각뿐이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는 “반세기 만의 아시안컵 우승을 위해 후배들이 빨리 내 득점 기록을 깨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아시안컵에서 역대 한국 공격수의 득점 순위는 이동국(10골)-최순호(7골)-구자철·황선홍·정해원·우상권(이상 5골)-손흥민(4골) 순이다. 손흥민(27·토트넘)과 더불어 지난해에만 총 33골을 몰아친 황의조가 이동국의 골 기록을 깰 수 있는 후보로 꼽힌다.

이동국은 “황의조가 K리그 성남에서 뛸 때부터 지켜봤다. 그는 스피드·저돌적인 움직임·스크린 플레이 등 많은 걸 다 갖춘 선수다. 공격수는 자신감이 절반 이상인데, 황의조는 과감하게 슈팅을 때린다”면서 “한국 축구를 10년 이상 이끌 공격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 축구 스트라이커의 계보는 이회택-차범근-최순호-황선홍-이동국-박주영으로 이어진다. 그 계보를 이을 후계자로 황의조가 첫 손에 꼽힌다. 이동국은 “기복 없이 꾸준히 활약하는 게 중요하다. 황의조는 성실한 선수이기에 충분히 롱런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축구대표팀 공격수에게 비난은 숙명과도 같다. 이동국은 “악플이나 남의 시선을 신경 쓰지 말았으면 좋겠다. 대회 기간에는 인터넷 검색 자체를 안 하는게 심리적으로 편할 수 있다”며 “만약 뜻대로 풀리지 않을 때는 자신이 골을 넣은 영상을 돌려보라고 추천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동국은 또 “이번 대회야말로 59년 만에 아시안컵을 제패할 좋은 기회다. 5회 연속 8강에서 이란을 만났는데 고비는 항상 있기 마련이고, 그걸 넘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1979년생, 올해 만 40세인 이동국은 2019시즌에도 K리그1 무대를 누빈다. 최근 10년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린 그는 소속팀 전북과 1년 재계약했다. 불혹에도 현역으로 뛰는 소감을 묻자 이동국은 “특별한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라운드에서 나이는 숫자일 뿐”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2일 최강희 감독 고별전에서 이동국과 최강희 감독이 부둥켜안고 뜨거운 눈물을 흘리고 있다. [뉴스1]

지난해 12월2일 최강희 감독 고별전에서 이동국과 최강희 감독이 부둥켜안고 뜨거운 눈물을 흘리고 있다. [뉴스1]

이동국과 2009년부터 10년간 전북에서 사제지간으로 한솥밥을 먹었던 최강희(60) 감독은 2018시즌을 끝으로 중국 톈진 취안젠으로 떠났다. 지난해 12월 2일 고별전에서 최 감독과 부둥켜 안고 눈물을 흘린 이동국은 “감독님과 함께한 시간이 머릿속에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감독님에 계속 우셔서 나도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최 감독은 이동국에게 “선수 생활을 할 수 있는 한 끝까지 그라운드를 지키라”는 말을 남기고 중국으로 떠났다. 2011년 중동 프로팀의 거액 스카우트 제의를 뿌리치고 전북에 남았던 이동국은 “(2012년 대표팀 감독을 포함해) 감독님은 두 번이나 내 곁을 떠났다. 한 번은 실수지만 두 번은…”이라고 농담을 던진 뒤 “중국에서도 성공하셨으면 좋겠다”고 응원했다.

예능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이동국과 막내아들 시안이. 최근 막내아들 시안이와 우유광고를 찍은 이동국은 요즘 우리집 가장이 바뀌었다며 웃었다. [중앙포토]

예능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이동국과 막내아들 시안이. 최근 막내아들 시안이와 우유광고를 찍은 이동국은 요즘 우리집 가장이 바뀌었다며 웃었다. [중앙포토]

전북을 새롭게 이끌 조제 모라이스(54·포르투갈) 신임 감독은 “이동국은 한국 축구와 전북의 레전드라는 걸 잘 알고 있다. 40대의 나이지만 불가능은 없다”고 말했다. 이동국은 “새로운 감독이 오면 변화가 있기 마련이다. 기회가 오면 모든 걸 쏟아부을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 감독님의 포부처럼 전북은 3관왕(리그·FA컵·챔스리그)을 차지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