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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사자명예훼손’ 재판 7일…또 불출석할 듯

중앙일보

입력

전두환 전 대통령. [중앙포토]

전두환 전 대통령. [중앙포토]

5ㆍ18 민주화운동과 관련해 고(故) 조비오 신부를 명예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88) 전 대통령에 대한 재판이 7일 광주광역시에서 열린다.

광주지법, 두 번째 공판기일 열어 재판 절차 진행 #알츠하이머 주장 전 전 대통령 출석 여부 관심

광주지법 형사8단독 김호석 판사는 이날 오후 2시30분 전 전 대통령의 공판기일을 연다. 이날 재판은 전 전 대통령이 법정에 나오지 않은 지난해 8월 첫 공판기일에 이은 두 번째다. 피고인인 전두환 전 대통령은 공판기일에 출석해야 한다.

전 전 대통령 측은 건강이 안 좋다며 기일 변경을 신청했지만, 재판부는 거부했다. 법원은 출석을 전제로 방청권 추첨 등 재판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알츠하이머 투병 등을 이유로 첫 공판기일에 나오지 않은 그는 이번에도 아프다며 법정에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부인 이순자(80) 여사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전 전 대통령을 ‘민주화의 아버지’로 표현하며 “조금 전의 일을 기억 못 하는 사람한테 광주에 내려와서 80년대 일어난 얘기를 증언해달라고 하는 것 자체가 일종의 코미디”라며 불출석 의사를 내비쳤다. 전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할 말이 없다"며 출석 여부를 밝히지 않았다.

법원의 출판·배포금지 가처분 결정을 받은 후 문제가 된 부분만 가린채 재출간된 『전두환 회고록』[연합뉴스]

법원의 출판·배포금지 가처분 결정을 받은 후 문제가 된 부분만 가린채 재출간된 『전두환 회고록』[연합뉴스]

앞서 이 여사는 지난해 8월 첫 공판기일을 하루 앞둔 시점에 자료를 내고 남편의 건강 상태를 자세히 설명했다. 이 여사는 “90을 바라보는 고령 때문인지, 인지 능력이 크게 떨어졌다”며 “현재는 소송이 제기된 사실을 말해도 잠시 뒤 기억조차 못 한다. 출석하더라도 진술이 어렵다”고 했다.

전 전 대통령은 지난해 5월 기소됐지만, 건강이 나빠 서울에서 재판받겠다고 주장해 재판 절차가 지연됐다. 그러나 대법원은 광주지법에서 재판해도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그의 주장을 일축했다.

이번 사건은 전 전 대통령이 2017년 4월 낸 『전두환 회고록』에서 출발했다. 이 책에서 그는 80년 5월 광주에서 계엄군의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생전 증언한 조비오 신부를 비난했다. 헬기 사격 자체가 없었다며 조 신부를 ‘가면을 쓴 사탄’,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표현했다.

5·18 당시 헬기 사격이 이뤄진 것으로 결론난 광주 전일빌딩 앞을 헬기가 날고 있다. [중앙포토]

5·18 당시 헬기 사격이 이뤄진 것으로 결론난 광주 전일빌딩 앞을 헬기가 날고 있다. [중앙포토]

조 신부 유족과 5ㆍ18단체 측의 고소를 접수한 검찰은 수사 끝에 헬기 사격이 실제 있었다고 판단하고 전두환 전 대통령을 불구속기소 했다.

하지만 그를 대신해 법정에 출석한 변호인은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검찰 판단과 달리 80년 5월 당시 헬기 사격이 있었다고 볼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전 전 대통령 측은 헬기 사격 증언 상당수가 다른 사람에게 전해 들었다는 것과 목격했다는 사람의 수가 조 신부를 비롯해 5명에 불과해 목격담이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하고 있다.

광주광역시=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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