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다 신뢰받는 국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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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국방부가「군사기밀보호법」과 「국방보도규정」을 크게 완화키로 한 것은 군의 발전과 민주화를 위해 다행한 일이다.
국방부는 72년 유신체제하에 제정된 군기보호법을 개정하면서 종래 일정기준 없이 그때그때 편의대로 해온 군사기밀 분류권자의 범위를 상향조정했다. 국방부 안에 의하면 군사기밀을 지정하고 그 등급을 매기는 사람을 참모총장 급 이상 또는 대통령이 지정한 부서장과 기관장으로 축소하여 기밀규정행위 자체를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그밖에도 국방부 안은 군기 가치가 없어진 사항은 지체없이 비밀보호대상에서 해제키로 했다. 군기법 위반자에 대한 가중처벌 조항의 삭제나 형량의 50% 감축도 눈에 띄는 완화다.
이같은 국방부의 조처는 그동안 소원했던 국민과 군의 관계를 재정립한다는 점에서도 높이 평가될만하다.
민주군대는 국민을 모체로 하고 있다. 군은 국민에 의해 구성되고, 국민에 의해 양육된다. 군의 존재목적자체도 국민의 안전을 위한 것이다. 따라서 국민은 군을 알아야하고 군은 국민을 받들어야 한다.
그럼에도 그동안 군은 국민 위에 군림하려 했고, 국민을 외면한 채 보호막을 쳐서 스스로를 국민으로부터 격리시켜왔다. 지금 개정 대상이 돼있는 군기보호법과 국방보도규정이 바로 그 같은 보호막이었다.
군기보호법과 국방보도규정은 원래의 취지에서 멀어져 운용돼왔다. 즉, 군사기밀 보호의 한계를 넘어 군내의 달갑지 않은 사항을 감추고 호도하는데 이용돼 왔음을 부인할 순 없다.
국방 당국자가 「국민의 알 권리」를 들어 개정의 필요성을 설명한 것은 그동안 국민이 군에 대해 당연히 알아야 할 것을 모르고 지내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 군이 그동안 자신을 국민으로부터 격리시켜온 보호장치를 스스로 제거하겠다고 나섰다. 이것은 군의 자신감 표현일 뿐 아니라 진실로 국민을 위한 군대가 되겠다는 맹언이라 할 수 있다.
지금 우리의 관심사는 국방부가 그동안 기자들의 취재 활동을 엄격히 봉쇄해온 보도 규정을 어느 정도 완화하느냐에 있다.
군이 취재를 맡은 기자들에게 각급 부대의 출입과 취재활동을 허용하지 않는다면 군기보호법의 완화는 큰 의미가 없다. 군사담당 기자는 국가이익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군대내의 진실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접근이 봉쇄되면 군은 국민의 사랑을 받을 수 없다. 내부의 비리가 축적될 수 있어 군의 발전에도 유익하지 못하다.
국방부의 군기보호법 및 보도규정개정작업은 군의 발전을 지향하고 참되게 국익을 보호하며 진실로 국민을 위하는 방향에서 이뤄져야 한다.
5·16이후 우리 국군의 정치장교들이 정치에 개입함으로써 민주헌정의 발전을 지연시켜 왔다. 제6공화정 들어 군은 정치개입의 포기와 함께 대 국민 민주화로 나아가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추진되는 군기 보호법과 국방보도 규정의 완화는 국군을 「보다 사랑 받는 군대」「보다 명예로운 군대」「보다 강한 군대」가 되는데 기여할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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