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 자금사정 최악상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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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정부의 금융긴축으로 은행·단자사 등의 돈줄이 막힌 데다 이 달 하순에 접어들면서 부가세(1조원), 배당금(5천 억원), 법인세 예납(3천 억원), 은행증자자금(6천 억원) 등 2조4천 억원에 달하는 기업들의 자금수요가 겹쳐 시중자금사정이 최악의 상태를 맞고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연리 20%의 사채자금이나 연리 30%에 가까운 비싼 단자자금을 빌려쓰는 등 심각한 자금난을 겪고있으며 금융비용부담으로 채산성마저 악화되는 시련을 겪고있다.
이같은 자금경색 현상은 또 노사분규가 계속 확산되고 20%에 달하는 총통화증가율을 조금이라도 끌어내리기 위한 당국의 통화긴축이 강화되면서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단자사들이 결제자금부족으로 사실상의 부도위기에 몰리고 있으며 시중실세금리는 사상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27일 금융계에 따르면 한은의 지준 정책이 최근 대폭 강화됨에 따라 일반은행들의 신규대출이 사실상 중단되자 긴급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기업들이 단자·증권·보험 등으로 몰려들고있으나 제2금융권 역시 그룹 내 계열사에 대한 자금지원과 과다한 통안증권인수로 여유자금이 바닥난 데다 은행창구가 막힘으로써 대출을 거의 못해주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D·K·S투금 등 4∼5개의 단자사들이 교환에 돌아오는 어음을 은행 영업 마감시간 내에 결제하지 못하는 사실상의 부도상황에 직면하고 있으며 결국 이같은 부족자금을 은행타입대(한도를 초과한 당좌대월)에 의존하고 있는데 그 규모가 25일에 이어26일에도 2천1백억원에 달하고 있다.
단자사들의 자금난이 이렇게 심화되자 은행들의「꺾기」가 성행, 예컨대 단자사가 1백억원의 타입대를 요청할 경우 은행은 1백50억원을 연리 19%로 빌려주고 그중 50억원은 다시 무이자로 예금케 함으로써 타 임대 실질금리는 연25∼28%에 달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단자사들은 예금기여도가 높은 일부기업을 제외하고는 26일부터 대출업무를 중단하고 있는 형편이다.
시중의 극심한 자금난을 반영, 실세금리도 급등, A급 어음의 사채금리가 주초 월 1.5%에서 26일에는 1.63%까지 치솟아 연율로 20%를 넘어섰으며 지난 21일 이후 국민 및 주택은행·농협 등에서 자금마련을 위해 보유하고 있던 통안증권을 대량으로 매각하는 바람에 통안증권유통 수익률도 연 17.3%로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이와 함께 기업들이 자체적인 자금마련을 위해 회사채발행 물량을 늘림으로써 회사채수익률도 1주일 전 13%선에서 연15%로 껑충 뛰어 기업들의 금융비용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물가 오름세가 뚜렷한 현실을 감안, 통화긴축은 불가피하므로 기업들은 재테크를 위해 주식 및 부동산에 투자하고 있는 자금을 현금화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척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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