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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원서울」…주택 40만가구 건립 비상|택지확보 계획과 문제점 총점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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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집지을 땅을 찾아라-.노대통령임기중 2백만가구 주택건설 공약에 따라 서울에만 40만가구를 92년까지 짓게 됨에 따라 서울시에 택지확보 비상이 걸렸다.
「만원서울」에서 그나마 남은 택지개발가능지역을 샅샅이 찾아 개발계획을 세우는 가운데 일부에선 벌써 투기조짐이 이는가 하면 해당지역 주민들이 반발하고 나서는 등 40만가구 준공까지는 많은 진통이 예상된다.
무엇보다 과제는 40만가구 주택건설이 적어도 인구1백60만 신도시건설과 맞먹는 대역사라는 점에서 그에 따르는 여러 측면의 고려와 사전대처가 없이는 주택난을 덜려다 더 큰 사회문제를 만드는 사태도 예상된다는 점이다.
난제속에 서울시정의 최우선과제로 추진되고 있는 4O만가구주택건설 계획과 문제점을 점검한다.

<건립계획>
소형 중심으로 영구임대 (7∼12평) 8만가구를 비롯한 장기임대 (10∼15평) 6만가구, 일반분양 (12∼18평) 26만가구 등 국민주택규모 이하의 서민형 아파트 40만가구를 짓는다는 계획이다.
이중 8만가구는 서울시가 짓고 7만가구는 주택공사가, 그리고 25만가구는 민간건설업체에 맡겨 짓게 할 계획.
시영아파트는 올해 사업비 2천4백26억원을 투입, 영구임대 6천가구, 장기임대 3천가구, 분양아파트 5천가구 등 모두 1만4천가구를 짓고 90년 1만7천가구, 91년 2만가구, 92년 2만1천8백가구를 건립한다.
시는 이같은 계획에 따라 필요한 택지 8백60만평을 확보키 위해 ▲녹지 3백31만평을 개발하고 ▲노는 땅 l백84만평을 활용하고 ▲이미 확보된 택지 1백25만평과 ▲나머지 64만평은 공장이전지나 근교야산을 개발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지난달 말 수서·일원동일대 55만1천평을 택지개발예정지구로 지정하고 가양지구 30만평 택지개발예정지 지정을 건실부에 요청해두고 있다.
또 신내·문정동일대 등 14개지구 자연·생산녹지 등 2백44만평을 택지개발 후보지로 선정, 개발타당성 여부를 9월까지 조사한다.<별표참조>
또 공장 이전지로 지난해 11월과 올 2월 각각 폐쇄된 성산2동 서부위생처리장 부지와 면목4동 건설자재사업소부지 1만9천평을 시영아파트 건립부지로 확정해 놓고 있다.
시는 이같은 계획이 차질없이 진행될 경우 4O만가구 건립목표달성은 무난하며 주택보급률을 현재의 59.5%에서 65.2%로 끌어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문제점>
◇인구유입=대규모 주택건설은 단기적으로는 주택난해소의 효과를 가져오지만 장기적으로는 인구유입을 간접적으로 촉발시키는 요인으로 작용,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서울시의 지난해 인구증가요인중 출생수에서 사망자수를 뺀 자연증가는 10만7백74명으로 증가율 1.07%를 기록한 반면 지방민의 이주 등 사회증가는 19만4천6백4O명으로 자연증가보다 0.87%가 높은 1.94%를 나타냈었다.
이같은 사회증가율은 85∼87년사이 1%미만의 소수점대에 비하면 폭발적인 현상으로 주택난 해소를 위한 상·중계지구를 비롯, 목동지구·올림픽타운 등 대규모 아파트단지 건설에 주된 요인이 있었던 것으로 서울시는 분석하고 있다.
「공급이 수요를 창출한다」는 가장 일반적인 시장원리대로 주택공급이 인구를 불러들인 것임을 증명한 셈이다.
주택보급률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집을 짓는 것과 함께 인구유입 방지노력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서울대 김일철교수(사회학·인구 및 발전문제연구소장) 는『심각한 상태의 서울 인구집중현상은 교육·취업기회 등의 편중에 따른 것으로 지방을 육성해 정치·경제·사회·문화적욕구를 자체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전제, 『주택난해소를 위해 주택건설도 필요하지만 인구유입을 막게 중소도시를 육성하는 정부차원의 정책이 앞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투기우려=일부 택지개발예정지역에서는 벌써부터 주택값이 폭등하는 등 투기과열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이달 초 택지예정지로 발표된 신내동의 경우 최근 단독 주택값이 2배이상 뛰고 주택을 사려는 사람들이 몰려드는 등 투기열풍이 일기 시작했다.
20평규모 단독주택의 경우 종전 1천5백만∼2천만원에서 4천만원정도로 2배이상 뛰었으나 매물이 없어 더 오를 것이라는게 이 지역 부동산업계의 전망.
게다가 입주를 전후해 입주대상자들이 「내집마련보다 현금을 손에 쥐려는」생각에 불법전대가 크게 성행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세입자 또는 서민용으로 건립된 목동임대아파트 (8천1백17가구) 의 전대투기가 이를 증명한 바 있다.
김인식 서울시건설관리국장은 『영구임대아파트 입주기준은 생활보호대상자·의료부조자에 우선권을 주되 무주택기간과 부양가족수 순으로 배정하고 장기임대 아파트는 철거민과 세입자들에게 우선권을 줄 방침』 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같은 방안이 입주권의 전대행위를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는 대책이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교통문제=개발예정 대부분의 지역이 도로망이 좋지 않은 변두리지역으로 대단위아파트단지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도로망·지하철노선망확보 등이 시급한 과제다.
도로 등 도시기반시설 없이 무작정 택지를 개발, 도로·대중교통수단 부족으로 심각한 교통난을 빚고 있는 상·중계지구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상·중계의 경우 건설부가 이곳을 택지로 개발하면서 도시기반시설올 무시한데다 사업주체인 주공과 토개공이 택지분양과 아파트분양수익을 높이기 위해 당초 4만6천7백50가구를 건립하려던 계획을 변경, 2만3백가구를 늘려 6만7천50가구를 지어 이를 더욱 부채질했다.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택지개발때는 교통문제를 포함, 교육·의료 등 종합적인 사회복지서비스 계획을 세워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계획수립단계에서 전문가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신부용 교통개발원장은 『선진국에서는 아파트를 지을 때 교통은 물론 학교유치 가능성여부도 검토, 학교설립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입주대상을 아동이 없는 희망자로 제한하는 등 치밀한 사전 계획을 수립,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서울의 남아있는 땅을 한꺼번에 개발, 목표연도 이후에는 극심한 택지난으로 부동산가의 폭등현상까지 불러올 가능성마저 높다는 지적도 새겨둘 대목.
서울시립대 원제무교수는『주택난이 심각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같은 문제들을 고려하지 않고 「우선 급한 불부터 끈다」는 식으로 주택만을 건립하려 한다면 더 큰 사회문제를 낳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제정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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