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안경호 발언은 내정불간섭 원칙 훼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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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계 인사 10명이 15일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안경호 서기국장의 '한나라당 집권 시 남북 교류 파탄' 발언과 관련, 공개 서한을 통해 "상호 존중의 자세, 내정 불간섭 원칙을 훼손함으로써 6.15 공동선언 정신을 위태롭게 만들었다"며 발언 취소와 사과, 재발 방지를 요구했다.

서한에 서명한 인사는 재야.생명운동을 펼쳐온 시인 김지하씨, 새만금 방조제 공사를 막기 위해 삼보일배(三步一 拜) 시위를 했던 수경 스님, 김일성 주석 사망 시 조문을 주장했던 이부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이다. 법륜 스님, 김홍진 신부, 김명혁.박종화 목사, 윤여준 전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장, 이종대 전 대우차 회장, 정성헌 6월민주항쟁계승사업회 이사도 서명했다. 이들은 "만약 남측의 정부나 여야 정치권이 북측의 정권이 교체돼야 한다거나 북측의 당.군과 같은 특수집단의 존재를 비방하는 내정간섭 및 분열조장 발언을 공표했다면 귀측의 반응은 어떠했겠는가"라고 반문하면서 "오늘의 남북 관계는 살얼음판 걷듯 상대를 자신보다 더 배려하면서 진행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꾸짖었다.

이들은 "한국에선 지난날 불행했던 군사독재 시절과는 달리 정권교체가 놀랄 일이 아니다"며 "북측은 남측에 어떤 정권이 들어서더라도 6.15 정신을 존중해 평화공존의 길로 나아갈 것을 촉구하고 협의를 강화할 방침을 가지고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종석 통일부 장관도 안 서기국장을 만난 자리에서 유감을 직접 표명했다. 이 장관은 광주문화예술회관에서 '6.15 공동선언 실천 민족통일대회' 개최에 앞서 가진 환담석상에서 "열차 시험 운행 때문에 우리가 남측에서 인심을 많이 잃어 힘든 상황"이라며 "북측이 가만있는 게 도와주는 것이며 중립을 지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안 서기국장은 백낙청 6.15 공동선언 실천 남측위원회 상임대표에게 해명의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백 상임대표는 15일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안 서기국장과 어제) 만찬장에서 저녁을 먹으면서 조금 이야기를 나눴다"며 "사과나 이런 것은 아니었지만 '한나라당도 좀 6.15를 제대로 지지하고 잘해 달라'는 뜻이었다는 해명성 발언이 있었다"고 전했다. 안 서기국장은 또 6.15 민족통일대회 연설 뒤 '향후 남북 관계와 관련해 우려할 점은 없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남북 관계의) 전도를 환하게 보고 있다. 일 없다(괜찮다)"고 반응했다.

김정욱 기자

◆ 안경호(사진) 조평통 서기국장 발언(10일, 6.10만세 80주년 기념 평양시 보고회 발언) "제2의 조선전쟁 불집이 터진다면 그 불길은 남조선을 포함한 온 강토를 핵참화 속에 몰아넣을 것이며 그 첫째 가는 피해자는 남조선 동포가 될 것이다." "친미노선당인 한나라당이 권력자리에 올라앉으면 6.15는 날아가고… (중략) 남녘땅은 물론 온 나라가 미국이 불지른 전쟁화염 속에 휩싸일 것이다."

◆ 조평통 서기국 보도(15일, 중앙방송 보도) "우리는 진실을 말했을 뿐이며 한나라당으로서도 꼭 먹여야 할 약을 주었을 뿐이다." "(한나라당은)전쟁광인 미국을 할애비처럼 섬기며 숭상하는 고질적 사대근성부터 버리는 것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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