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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반도체 삼중고…삼성·SK “초격차로 달아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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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삼성 반도체

삼성 반도체

“잔치는 끝났다.”

빅2 작년 사상최대 실적 냈지만 #가격 하락, 수요 줄고 중국 맹추격 #삼성전자, 6세대 V낸드 양산 목표 #하이닉스도 10나노 D램 본격생산

새해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삼중고에 시달릴 것이란 우울한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우선 가격 동향이 심상찮다. 올해는 최근 2년간 이어진 반도체 슈퍼 사이클(초호황)이 막을 내리면서 가격이 10% 이상 하락할 전망이다. 여기에 세계반도체무역통계기구(WSTS) 등은 반도체 시장 규모가 줄어들 것이란 예측을 내놓고 있고, 반도체 굴기를 내세운 중국 당국의 견제와 중국 업체들의 도전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난해까지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주력인 D램 시장에서 두 회사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74.6%(지난해 3분기 기준)를 기록했다. 삼성전자가 43.6%로 압도적인 1위를, SK하이닉스는 29.9%로 3위인 미국의 마이크론(21.6%)을 멀찌감치 제쳤다. 두 회사의 영업이익률은 50%를 웃돌았다.

SK하이닉스.

SK하이닉스.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D램 가격은 지난해 10월 15% 이상 하락했고, 11월에는 1.64% 더 떨어졌다. 하락세는 올 1분기에도 이어져 10% 이상 가격이 떨어질 전망이다. 안기현 한국반도체협회 상무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올해도 지난해 같은 50%대 영업이익을 올리는 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요도 줄고 있다. 스마트폰과 PC, 데이터 센터 등 3대 수요처 가운데 새해 전망이 밝은 곳이 없다. 스마트폰은 지난해 14억4000만대 정도가 출하 돼 10여년 만에 처음 역성장했다. 새 스마트폰이 출시돼도 혁신성이 예전만 못해 구매 열기가 뜨겁지 않았다. 올해는 5G(세대) 폰이 새로 나올 예정이지만 시장 확대에 한계가 있을 전망이다. 기업들의 데이터센터 신설이나 증설에 필요한 반도체 역시 지난 2년간 충분히 소비됐다. 데이터센터를 늘리기 위해 서버용 D램을 대량 구매했던 구글이나 아마존 등은 최근 외형 불리기에서 내실 다지기로 돌아섰다. WSTS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지난해 4780억 달러에서 올해는 4901억 달러 규모로 2.6% 성장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성장률(15.9%)과 비교하면 초라한 수준이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시장조사업체 가트너 역시 반도체 시장 증가율을 지난해 11.8%에서 올해는 6.8%로 낮췄다.

여기에 올해는 반도체 굴기를 내세운 중국이 세계 시장에 도전장을 내미는 원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당국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글로벌 D램 3강을 겨냥해 반독점 조사를 진행 중이다. 3개 회사가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끼워팔기 등을 했다며 8조원이 넘는 벌금 부과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올해는 푸젠진화나 이노트론 같은 중국 기업의 D램 출시도 본격화한다. 이들이 정부 보조금을 바탕으로 가뜩이나 공급이 넘치는 시장에서 ‘치킨게임’을 펼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난 연말부터 비상경영을 선언한 상태다. 연구개발(R&D) 강화를 통해 경쟁사가 뒤쫓아올 수 없는 신기술로 수익성 방어에 나선다는 게 골자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세계 최초로 5세대 90단 이상의 3D 낸드플래시를 양산한 데 이어 올해는 6세대 V낸드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D램에서도 올해 말 세계 처음으로 EVU(극자외선) 양산 공정을 가동한다. SK하이닉스는 올해부터 2세대 10나노 D램 양산에 돌입한다. 낸드플래시 분야에선 지난해 하반기 완공한 청주 M15 공장에서 5세대 96단 낸드플래시 양산에 착수한다.

반도체 경기 하강이 가져올 국내 경제 충격파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 한국무역협회의 ‘2018년 수출입 평가 및 2019년 전망’에 따르면 반도체는 지난해 수출액 약 1277억 달러를 기록해 전체 수출의 21%를 차지했다. 문병기 국제무역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지난해 반도체 수출 증가율은 전년에 비해 36%가 넘었지만 올해는 5% 정도에 그칠 것”이라며 “수출 효자인 반도체가 꺾일 경우 우리 경제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정훈 기자 cc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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