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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해남 살인피의자 극단 선택…유치장 경찰은 자고 있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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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서 유치장. 기사의 내용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음. [중앙포토]

경찰서 유치장. 기사의 내용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음. [중앙포토]

경찰서 유치장에 입감된 살인 피의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때 유치장 근무 경찰관은 졸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전남 해남경찰서 27일 입감 피의자 하루 만에 목숨 끊어 #당시 유치장 관리 경찰관 잠들어 뒤늦게 피의자 발견 #전날 1차 조사 때 살인 혐의 부인해 이날 보강 조사 예정 #경찰 관리 소홀로 피의자 사망하면서 사건 경위 미궁 우려

28일 전남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21분 해남경찰서 유치장 화장실에서 살인 피의자 김모(59)씨가 쓰러진 채 발견됐다.

김씨는 119구급대에 의해 16분 뒤인 오전 6시37분 인근 종합병원 응급실로 옮겨졌으나 오전 6시45분 사망 판정을 받았다.

김씨는 유치장에서 입고 있던 자신의 점퍼 아래쪽 내부 조임끈으로 스스로 목을 조른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다. 김씨는 28일 오전 4시57분 화장실에 들어갔다. 김씨의 움직임이 없자 센서등이 꺼졌지만 당시 유치장 근무 경찰관은 잠을 자느라 발견하지 못했다.

김씨는 ‘해남 간척지 살인 사건’ 피의자였다. 이 사건은 지난 18일 오후 2시20분쯤 해남군 산이면 공사 현장에서 시신이 발견된 사건이다.

굴착기로 땅을 파던 중 시신을 발견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시신의 목에 노끈이 감겨 있는 것을 확인했다. 사망자는 얇은 옷을 입고 있고 있었고 부패가 비교적 심하지 않아 수개월 내에 숨진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었다.

 경찰서 유치장.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음. [뉴스1]

경찰서 유치장.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음. [뉴스1]

경찰은 정확한 사망 경위를 가리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하는 한편 지문 등을 통해 사망자의 신원이 광주광역시에 주소를 둔 장모(58)씨라는 것을 확인했다.

사망 현장 주변 등의 폐쇄회로(CC)TV를 확인한 경찰은 이번 사건의 용의자로 김씨를 특정한 뒤 체포영장을 받았다. 이어 시신 발견 9일 만인 지난 27일 낮 12시쯤 광주광역시 한 전통시장 인근 길거리에서 살인과 사체유기 혐의로 김씨를 체포했다. 김씨는 체포된 직후 이번 사건에 대해 함구했다.

경찰은 김씨를 27일 오후 2시25분쯤 해남경찰서 강력팀 사무실로 압송해왔다. 이어 오후 4시 무렵 조사를 시작한 뒤 오후 8시쯤 마쳤다. 유치장에 입감한 시각은 오후 8시25분쯤이다. 김씨는 약 10시간 뒤인 28일 오전 6시21분 쓰러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김씨가 살인이라는 중범죄 피의자인 점에서 유치장 내에 있던 다른 범죄 피의자 3명과 분리해 가뒀다. 그러나 감시는 소홀했다. 경찰이 유치장 CCTV 등을 확인한 결과 김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할 무렵 경찰관은 잠을 잔 것으로 확인됐다.

해남경찰서에서는 경찰이 2인1조로 근무하며 유치장을 관리한다. 시간대에 따라 1명씩 근무하는데 김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할 무렵 관리 소홀이 있었던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피의자 입감 과정에 대한 부실 논란도 일 것으로 보인다. 김씨가 자신이 입고 있던 점퍼의 끈을 이용해 극단적인 행동을 해서다. 경찰은 이를 사전에 별도 보관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김씨가 사망하면서 이번 사건의 정확한 경위는 가려지기 어렵게 됐다. 김씨는 전날 1차 조사에서 자신의 혐의를 부인했다. 김씨는 “별다른 직업이 없어 노숙 생활을 하던 장씨에게 대출을 알선해주고 휴대전화를 개통해주는 문제로 만났을 뿐 사망 과정은 모른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이날 2차 조사를 계획하고 있었다. 하지만 김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추가 조사는 불가능해졌다.

경찰은 김씨가 입감할 때 점퍼 끈을 회수하지 않은 점과 근무시간에 잠을 자느라 근무를 소홀히 한 점에서 근무자 2명을 대기발령 조치한 뒤 감찰에 나섰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 사망 경위를 정확하게 가리겠다”고 말했다.

해남=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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