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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법원 “북한, 펜치로 웜비어 치아 꺾고 전기고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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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북한 여행 중 억류됐다 사망한 오토 웜비어가 본국으로 송환될 당시 모습. [AP=연합뉴스]

북한 여행 중 억류됐다 사망한 오토 웜비어가 본국으로 송환될 당시 모습. [AP=연합뉴스]

북한에 억류됐다가 17개월 만에 사망한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23)가 북한 당국으로부터 펜치와 전기 충격기 등으로 고문을 당한 것으로 보인다는 의료진 진술이 공개됐다.

5억 달러 배상판결 내리며 #웜비어 주치의 진술 공개

27일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최근 웜비어 사망 책임을 물어 북한 당국에 5억 달러의 배상금 판결을 내린 미 재판부의 ‘의견서(memorandum opinion)’를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웜비어 재판을 담당한 워싱턴DC 연방법원 베럴 하월 판사가 지난 24일 판결과 함께 공개한 의견서는 웜비어의 주치의였던 대니얼 캔터 박사의 진술 등을 인용했다.

캔터 박사는 지난 10월 재판부에 제출한 서면 진술서를 통해 “웜비어의 사인은 뇌 혈액 공급이 5~20분간 중단되거나 크게 줄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북한 측은 웜비어의 죽음이 식중독의 일종인 ‘보툴리누스균’ 때문이라고 주장하지만 캔터 박사는 “보툴리누스균 증상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하월 판사는 덧붙여 발에 큰 상처가 있다는 점과 치아의 위치가 바뀌었다는 주치의의 진술서를 인용하면서 “웜비어의 발에 전기충격이 가해지거나 치아 위치를 바꾸기 위해 펜치를 사용했다는 증거를 뒷받침하고 있다”고 했다.

X선 사진(사진 위)을 사망 후 찍은 두개골 스캔 사진(아래)과 비교하면 북한에 억류된 동안 가운데 아랫니가 외력으로 의심되는 원인에 의해 변형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주치의였던 대니얼 캔터 박사는 재판부에 제출한 서면 진술서에 ’사인은 뇌 혈액 공급이 5~20분 중단되거나 크게 줄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사진 VOA]

X선 사진(사진 위)을 사망 후 찍은 두개골 스캔 사진(아래)과 비교하면 북한에 억류된 동안 가운데 아랫니가 외력으로 의심되는 원인에 의해 변형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주치의였던 대니얼 캔터 박사는 재판부에 제출한 서면 진술서에 ’사인은 뇌 혈액 공급이 5~20분 중단되거나 크게 줄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사진 VOA]

그는 “전문가(주치의)가 내린 결론은 북한이 고의로 웜비어의 죽음을 초래했다는 데 있어 필수적인 증거 이상”이라면서 “이는 전체주의 국가(북한)가 웜비어를 잔인하게 다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웜비어는 2016년 1월 관광을 위해 찾은 북한에서 선전물을 훔치려 한 혐의로 체포돼 같은 해 3월 15년의 노동교화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북한에 17개월간 억류됐다가 2017년 6월 의식불명 상태로 석방돼 귀환한 지 엿새 만에 숨을 거뒀다.

하월 판사는 최종 판결문을 통해 북한의 책임을 인정하면서 5억113만4638달러(약 5600억원)를 북한이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홍지유 기자 hong.ji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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