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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율1.08인구재앙막자] "친구 만나면 온통 남편·시댁 얘기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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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혼 남녀의 눈에 비친 기혼 남녀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민영 "가끔 TV에서 이혼은 하고 싶은데 경제력이 없어 못하는 경우를 본다. 끔찍하다. 결혼한 친구와 만나면 시부모.남편.자식 얘기가 대부분이다. 처음엔 맞장구도 쳤다. 자꾸 들으니 그 친구와 만날 때면 그의 가족과 만나는 기분이 든다. 정작 그와 나의 얘기는 빠지더라."

▶영우 "친구들 모임에 가면 아이를 데려오는 경우도 있다.'분유값'류의 얘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셋째아이 돌잔치까지는 못 가겠더라. 정신적인 충격이 올 정도다."

▶연욱 "결혼한 친구들은 내가 여행 다니고 레포츠 즐기는 것을 제일 부러워한다. 학원 강사여서 사교육 문제에 대해 잘 안다. 중학생이 과외공부 하면 과목당 50만~60만원 든다. 결혼하면 교육비를 감당할 수 있을까 걱정된다."

▶윤영 "결혼해서도 잘 사는 사람을 보면 놀랍다. 아이 키우면서 직장 생활도 잘하는 것, 나는 자신 없다."

-그렇다면 싱글의 부모는 이들을 어떻게 대할까.

▶윤영 "어릴 적부터 부모님이 결혼하지 말라는 얘기를 많이 했다. 하고 싶은 일 하고, 배우고 싶은 것 마음껏 배우라고 하신다. 여자한테 한국이란 나라는 공평하지 않다고도 하셨다. 엄마뿐 아니라 아버지도 자주 그러신다."

▶민영 "간혹 한심하게 쳐다보시긴 한다(웃음). 그래도 채근하지는 않는다. 일찍 결혼해 고생하며 자수성가한 분들이라 결혼해서 고생하느니 늦더라도 잘 준비해서 가라고 하시는 편이다."

▶경 "서른 살이 되던 해 1월 1일 큰오빠 집에서 나와서 독립했다. 가족이란 울타리에서 조금 자유로워지고 싶었다. 오빠가 출장간 틈에 일을 저질렀다. 2년 가까이 오빠하고는 냉전이었다. 오빠 으름장에 가족들조차 만나기 어려웠다. 어머니 회갑을 계기로 화해했다. 후회하진 않지만 힘든 시간이었다."

# 3 사랑 그리고 돈

-미혼들은'사랑''신뢰' 등의 가치를 결혼의 전제 조건으로 꼽는다. 그러나 예전보다 경제적인 문제의 중요성이 커졌다.

▶민영 "남자들 이중잣대가 있다. 같이 좀 벌어줬으면 하지만 집안일도 잘해줬으면 하는 수퍼우먼을 원한다."

▶연욱 "한 친구가 소개팅 나가서 마사지 숍에 가끔 간다고 했다. 그랬더니 남자가 '결혼하고도 마사지 받을 건가요?'하더란다.'내돈으로 할 거니 걱정하지마'라고 쏘아붙이고 싶었단다. 엄청난 사치처럼 보지만 비용은 남자 술값의 10분의 1도 안 된다."

▶한성 "친구 소개로 만난 여자가 몇 번 보지도 않았는데 50만원을 빌려달라더라. 휴대전화를 새로 사고 싶다고. 기가 차서 친구한테 따졌다. 친구 통해 들려온 대답이 더 웃겼다. 나를 시험해보려고 그랬단다."

▶연욱 "요즘 중.고등학생도 용돈 없으면 여자 친구 못 사귄다고 하더라."

▶한성 "동등한 대접을 얘기하지만 데이트 비용은 여전히 남자 몫이 많다."

# 4 싱글에 대한 오해와 진실

30대 싱글을 보는 시선은 다양하다. '화려하다'에서부터'그동안 뭐했니'까지. 싱글에 대한 오해와 진실에 대해 물었다.

-싱글 동호회에 대한 주변의 반응은.

▶연욱 "부러워한다. 같이 여행도 가고, 영화도 보고, 운동도 하고, 수다도 떤다. 다양한 경험을 하는 장이다."

▶경 "30대 여자가 혼자 산다고 하면 색안경 쓰고 보는 사람들 있다. 한 결혼정보업체는 여자 나이가 서른이 넘으면'재취 자리도 괜찮은가'하고 묻는단다. 짜증난다. 동호회에서 스트레스를 푼다."

▶민영 "얘기가 통하는 사람들끼리 편하게 어울리는 것이다. 노골적인 작업 남녀는 적응하기 어렵다."

-싱글은 화려한가.

▶영우 "싱글이 떳떳하게 살려면 경제력, 돈이 매우 중요하다. 수입의 반 이상은 저축 등으로 투자한다. 재테크에 관심이 많다. 작은 섬을 사서 펜션 사업을 하는 것이 목표다."

▶한성 "노후를 생각해 보험 쪽에 신경을 많이 쓴다."

▶민영 "싱글에게 직장은 생업이다. 걱정도 없고 화려할 것이라는 시각은 편견이다."

-싱글은 자유로운가.

▶연욱 "자신을 위해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이 많다."

▶경 "자신에게 엄하려고 노력한다. 반드시 밥.국.반찬을 챙겨서 아침을 먹는다. 그릇.수저도 좋은 것, 예쁜 것을 쓴다. 혼자 살면 마냥 자유로울 것이라는 생각은 착각이다."

▶영우 "할인매장에서 혼자 장 볼 때 남의 시선이 부담스럽다. 주말에 동호회 모임이 없으면 청소.빨래.음식 준비 등을 한다. 볶음밥을 만들어 한번 먹을 분량씩 얼려놓는다."

◆ 특별취재팀=송상훈 팀장, 정철근.김정수.김영훈.권근영 사회부문 기자, 염태정.김원배 경제부문 기자, 김은하 탐사기획부문 기자, 조용철 사진부문 부장, 변선구 사진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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