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우주 의학」 자리 잡아 간다|오는 20일 한국항공의학회 발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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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최근 해외 여행 붐이 일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항공 우주 의학에 대한 연구가 태동하고 있다. 국제항공우주 아카데미(IAAS)의 정회원인 박항배 한양대 의대 교수(예방 의학)·계원철 대한항공 민항공의료센터 원장과 예방 의학자·공군 군의관 출신 및 현역 3백여명은 오는 20일 서울 공군 회관에서 창립 총회와 세미나를 갖고 한국항공의학회를 출범시킨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예측에 따르면 올해 항공기로 여행하는 정기 운행 승객수는 자가용 비행기를 제외하고도 전세계에서 9억8천만명에 달할 전망.
1년중 약 15만명이 항상 비행 중에 있으며 국내에서도 해외 여행자가 급증하는 추세다.
한양대 의대 박 교수는 『중요한 상담을 진행할 국제 세일즈맨·운동 선수 등은 특히 쾌적하고 안전한 여행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항공기는 「객실가압」을 통해 객실의 내부 압력을 항상 5백60㎜Hg이상으로 유지하기 위해 힘쓰므로 신체 장애를 유발치 않는 게 보통이다.
그러나 특수 체질 소유자나 질환자들은 정상적인 객실 조건에서도 의학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으며 특히 객실 가압 계통의 고장·기체 파손시에는 심각한 문제를 가져올 수 있다.
박 교수는 『환절기의 감기 등으로 목이 부어 이관이 막혀 있을 때는 객실 내부가 약간의 저기압 상태가 되더라도 ▲귀(중이)·코(부비강)의 염증성 질환 ▲위턱·치아 등의 통증을 일으켜 고생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다. 때문에 감기 증세를 보이는데도 부득이 여행을 해야 할 경우에는 약국에서 「점막 수축제」를 구입, 콧속에 뿌려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
또 비행기의 상승·하강 때 귀가 멍멍하면 침을 계속 삼키고 잠을 자지 않는 게 좋다고 주의를 환기 시켰다.
기내의 저기압 때는 소화성 궤양 증세가 있는 경우 통증의 악화나 심하면 위에 구멍이 뚫릴 우려가 있고 급성 위장염 환자는 혈관 운동 신경의 반사로 오심·구토·발한을 일으키므로 여행전에 내과 전문의와 상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
또 페결핵이 진행 중이거나 기관지 확장증의 경우 가벼운 저기압이라도 장시간 계속되면 객혈이 있으므로 사전에 주의해야 한다.
이 교수는 특히 ▲폐활량 1천5백cc(정상 남자 3천, 여자 2천5백cc이상) 이하·폐 수술 직후의 환자·기흉환자 ▲적혈구수·혈색소 양이 정상의 50%미만인 사람 ▲심한 심장병 환자의 항공 여행은 금물이라고 말했다.
출산을 앞둔 여성, 천식 증세가 있는 경우도 항공 여행을 해서는 안된다는 것.
항공 여행 때 일반인에게 두루 나타나는 증세는 인체 리듬의 파괴에 따른 제트증후군(시간대 피로).
수면·외장 장애나 두통·시력 저하 등의 증상을 보이는데 상사원·운동 선수는 특히 이 증후군에 조심해야 한다는 것.
대책으로는 ▲현지·귀국 도착 시간을 오전으로 조정 ▲공복감이 있어도 간식을 금하고 현지 시간에 맞춰 식사 ▲관광 여행 땐 가능하다면 도착 2일후 관광 시작 등이 권장할만 하다고.
특히 스포츠 원정시 기량을 마음껏 발휘키 위해서는 생체리듬이 4∼6일후 되살아나기 시작해 10일후 정상으로 회복된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한국항공의학회는 이 같은 항공 여행자 건강 관리는 물론, 대형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항공기 승무원의 선발과 의학적 적성의 유지, 신체 검사와 관리에 대한 연구에 역점을 둘 계획이다.
특히 2000년대의 본격적 우주 시대 개막을 앞두고 무중력 상태에서 발생하는 ▲요로 결석 ▲골수의 조혈 기능 저하에 따른 빈혈 ▲근육·골격 위축 등 증세의 최소화를 외해 우주 정거장의 인공 중력 조성 등에 관한 연구도 수행할 예정이다.<김영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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