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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속의 호황… "연극 트리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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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침체돼 있는 올봄 연극가에 이례적으로 관객이 몰리는 연극 3편이 과제를 모으고 있다.
극단 가교의 『쫄병 수첩』과 극단 현대 예술극장의 『여자의 역할』, 그리고 극단 산울림의 『하나를 위한 이중주』는 평일에도 관객이 몰려 일부는 발길을 돌려야할 만큼 붐빌 뿐 아니라 관객층이 종래와 크게 달라졌다.
지난 3월 18일부터 오는 16일까지 샘터 파랑새 극장에서 공연되고 있는 『졸병 수첩』(오후 4시 30분·7시 30분)의 경우는 20세 안팎의 대학생 중심이던 관객층이 30대 이상의 일반 직장인까지로 넓혀졌을 뿐더러 종래에는 남녀관객의 비율이 3대 7정도이던 것이 이번 공연에서는 6대 4정도로 남성관객이 오히려 한결 많아졌다.
김인성씨가 희곡을 쓴이 연극은 오랫동안 금기시 되었던 군대 이야기를 매우 희극적으로 무대화함으로써 넓은 공감대를 형성한데다 현재 방송중인 KBS-2 TV의 『유머 1번지』 중 「동작 그만」이라는 인기 코미디 프로그램 때문에 상승효과를 얻은 것 같다는 것이다.
극단 가교는 이번 공연이 끝나면 5월초부터 공군부대 초정 공연에 이어 제주·창원·포항 등 지방순회 공연을 갖고 오는 7월에는 서울 명동 엘칸토 예술극장에서 재공연하는 외에도 올 가을 군대문제를 다룬 다른 1편의 연극을 무대에 올릴 계획. 연출자 유중렬씨는 『현역·퇴역 및 인대를 앞둔 남성들 뿐 아니라 그 부모·애인·형제자매 등 한국인 남녀노소 모두의 문제이므로 20대 무렵의 여성에게 치우쳤던 한정된 관객층을 넓히기에 매우 좋은 소재』라면서 『이번에 1시간 30분짜리 연극으로 미처 다 담아내지 못한 군대문제를 다음 연극에서는 더욱 본격적으로 펼쳐 보이겠다』고 벼른다.
한 개인이 각양각색의 동료들과 어우러지는 군대 조직 속에서 적응하며 고뇌하는 모습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그린 이 연극은 지난 12일까지 48회 공연에서 6천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했다.
오는 30일까지 3차 연장공연중인 극단 산울림의 『하나를 의한 이중주』(오후 7시30분, 토·일·공휴일은 오후 3시·7시30분)는 12일까지 1백46회 공연에 2만3천명이 넘는 관객이 몰려 『위기의 여자』 이래 최대의 관객동원을 기록하고 있다.
「톰·켐핀스키」 원작을 송미숙씨가 연출한 이 연극에는 윤우화·최종원씨가 출연하여 빼어난 앙상블을 이루고 있는데 매회 1백28석의 산울림소극장을 메우는 관객들은 중년 주부 뿐 아니라 중·고생과 직장인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한 편. 극단 산울림의 박승원씨는 『지극한 사랑으로 인생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휴먼 드라마가 매우 감동적으로 표현돼 있기 때문에 청소년들에게도 좋은 자극이 되리라고 인식되어 관객층이 한결 넓어진 것 같다』고 말한다.
중년여성을 겨냥한 연극들을 계속 만들어온 현대 예술극장은 오는 30일까지 공연하는 『여자의 역할』 (오후 3시30분, 토·일 오후 3시30분·7시)이 연일 매진사태를 이루고 있어 즐거운 비명. 「다리오·포」와 「프랑크·라메」가 함께 쓴 희곡을 김효경씨가 연출하는 무대에 백성희·김금지·박정자씨 등 정상의 세 여배우가 연기대결을 벌이는 이번 공연은 1만원이라는 입장료에도 불구하고 30∼40대 주부들로 초만원을 이루고 있다.
가정과 사회에서 여성이 짊어져야 할 역할의 한계와 부권사회의 허울을 흥미롭게 다뤘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면서 점점 성황을 이뤄 최근에는 좌석을 예약하지 않은 관객들은 입구에서 발길을 돌려야 할 정도.
이 극단의 기획담당 고무곤씨는 『중년주부들의 문화에 대한 갈증을 새삼 실감했다』면서 여성자신들의 문제를 제대로 반영해 준다면 카타르시스 하려는 중년관객들을 폭넓게 흡수할 수 있는 가능성이 보인다고 덧붙인다. <김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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