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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 해일」정권 강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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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동해시 재선거의 후보 매수 파동이 민주·공화당 사이를 크게 갈라놓고 마침내「김영삼 총재 고발」로까지 번질 기세를 보여 야권을 포함한 정치권이 술렁거리고 있다.
민주당 측이 서석재 사무총장을 탈당 시키는 극약조치까지 썼으나 김영삼 총재 사과성명에 공화당에 대한 사과언급이 없자 공화당측이 발끈, 김영삼 총재 고발까지 들고 나오는 등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이에 민주당은 되레 반발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 감정싸움까지 곁들여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 사건으로 인해 민주당의 입지가 흔들리고 김영삼 총재의 지도력이 붕괴되면 정계 재편의 새로운 양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는 성급한 관측도 하고 있다.
○…이홍섭 공화당 후보의 매수파동으로 궁지에 몰린 민주당은 서석재 사무총장의 매수사실 시인 및 탈당과 김영삼 총재의 대 국민 사과성명으로 파문의 조기 진화에 나섰으나 공화 당 측이 김 총재의 고소를 검토하는 등 강경 대응책을 강구하고 있어 창당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해 있다.
민주당은 서 총장의 사과·탈당조처로 국면을 수습할 수 있다는 판단이나 피해자인 공화당 측이 김 총재의 공화당에 대한 사과가 없을 뿐만 아니라 서 총장 해명이 오히려 공화당도 이 사건을 조장하는데 기여한 듯이 비치고 있는데 격분해 서 총장의 즉각 구속 요구 및 김 총재에 대한 고소도 검토한다고 나서 사태는 더욱 확대일로를 걷고 있다.
매수설이 터진 뒤 이를「모함」「공작정치의 소산」이란 당초의 시각에서 급선회한 민주당의 자세는 검찰수사까지 확대된 매수 과정공개에 더 이상 소극적 자세를 보일 수 없고, 미온적 입장 전개 자체가 이미 결정적 타격을 입은 당 이미지를 더욱 실추시킬 것이라는 판단 때문에 수습에 나섰다.
매수파문이 터진 바로 그날「급진 재야와의 결별선언」과 독자노선 철회 등을 선언해 정국주도를 노렸던 김 총재로선 파문의 확산이 자신의 정치적 입지로까지 치달을 것이라는 위기감을 느낀 것으로 관측된다.
서 총장의 매수시인과 이에 이은 김 총재의 사과로 일단「발등의 불」을 껐으나 이번 사대가 계속 확대되면 김 총재의 지도 노선에 대한 의문, 당 체질 개선 등 심각한 후유증과 도전이 예상되며 자칫하면 당의 입지나 김 총재의 정치적 장래를 위태롭게 할지도 모른다.
민주당이 이처럼 위기에 몰린 것은 중평 취소로 당 노선이 뒤틀리자 동해시 선거를「중평의 축소판」으로 규정, 무리에 무리를 거듭한 때문.
이겨야 한다는 좁은 시각에만 너무 집착해 타락선거를 부채질한데다 급기야「후보 매수」라는 더러운 수단까지도 동원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 내에선 이같은 구태에 대한 강력한 반발과 당 체질개선 요구 등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벌써부터「민주 연구 모임」「민주 동우회」등 소속 소장 일부의원들은『김 총재 친위부대의 과잉충성』『친위 정치의 부산물』이란 비판도 서슴치 않고 이번 사태를 계기로 지도부의 개편과 당 정책 결정 과정의 공개화를 요구하고 나설 조짐이다.
○…공화당은 15일 민주당 측의 동해시 부정 선거와 관련한 기자회견에 대해『명백한 범죄 행위를 저질러놓고 쓸데없는 변명만 늘어놓을 뿐 공화당에 대한 사과는 한마디도 없다』며 분노.
이날 당직자회의에서 김종필 총재는 김영삼 총재의 성명을『있을 수 없는 부도덕의 표본』이라고 일갈하고 서석재 민주총장을 즉각 구속 요구하라고 직접 지시했는데 회의에선 김영삼 총재의 고발도 검토하는 등 격앙된 분위기.
이날 회의는 민주당 측의 기자회견 내용이 전해지자 김종필 총재의 분노에 찬 고성이 문밖에까지 흘러나오는 등 시종 격앙된 분위기 속에서 진행.
○…이홍섭 공화 후보의 매수사퇴로 가뜩이나 중평 연기이후 삐걱거렸던 야3당 관계는 감정적 앙금이 한층 작용해 공조 관계복원이 더 어려울 전망.
중평 연기 과정에서 입에 담기 힘든 원색적 용어를 동원, 평민당과 민주당끼리 치고 받고 하더니 이번엔 민주·공화의 분쟁이 법정으로까지 비화돼 야3당 연합은 과거의 위력을 완전히 잃고 상처투성이로 전락.
이에 따라 내주쯤으로 점쳐졌던 야3당 총재 회담이 무산될 것으로 보이며 따라서 정치권은 또 정국 현안을 뒤로 한채 싸움질만 계속할 전망.
여기에 평민당 측은 제3자로 빠져있으나 평소 민주당을 눈에 가시처럼 생각해온 터이라 고소한 감정을 서슴없이 표현하고 있고 이 기회에 민주당을 꺾어 명실상부한 제1야당의 기세를 살리겠다는 속셈도 보인다. 야대 위력에 괴로움을 당해온 민정당도 이번 사건을 물실호기로 삼아 야3당간을 이간시키려는 책략을 쓰고 있어 이래저래 어지러운 상황.
특히 민정당은 사태확대 양상을 보자 즉각 김영삼 총재의 책임을 들고 나오는 등 붙는 불에 기름을 부어넣는 모습.<박진균·조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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