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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다’ 돌풍엔 이유가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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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최지영 기자 중앙일보
최지영 산업2팀 팀장

최지영 산업2팀 팀장

늦게 출발했는데 약속시간에 맞춰 가야 할 때, 피로에 찌든 몸을 밀어넣고 집으로 올 때, 일주일에 다섯 번쯤은 택시를 이용한다.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요금이 다행이다. 하지만 서울에만 8만 명인 택시기사님 중 이상한 이들도 있는 법. 그중 압권은 1시간 내내 자신의 매형과 육탄전을 벌인 이야기를 생면부지인 필자 귀에 꽂은 택시기사님이다. “도대체 내 돈을 내고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모르는 이의 끔찍한 가정사 하소연을 내가 왜 들어줘야 하지.” 이런 경험 많이들 겪었을 거다.

카카오 카풀에 대한 택시업계의 반발은 극심한데 택시에 호의적인 시민은 의외로 적다. 평소 겪은 경험 때문에 많은 이가 새로운 서비스 도입을 갈망하고 있는 거다. 시민들의 가려운 구석을 제대로 긁었나 보다. 직장인 사이에 요즘 뜨거운 화두는 ‘타다’다. 이재웅 쏘카 대표가 인수한 VCNC의 차량 이동 서비스인데, 돌풍 수준이다. 지난 10월 8일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지난 23일 기준으로 회원 수 16만 명을 확보했다. 택시보다 요금이 20~30% 비싼 와중에서다. ‘타다’ 로고가 적힌 흰색 카니발을 하루 3~4번은 길에서 볼 수 있다. 타다 카니발 밴은 이미 400대를 넘어섰고, 계속 늘고 있다. 주변에도 10번 이상 탔고, 앞으로도 계속 탈 것이란 지인이 적지 않다.

타다 애플리케이션으로 차를 부르면 기사와 차가 ‘강제 배차’된다. 차가 없으면 기다리지만 승차거부로 차를 못 타는 상황은 없다. 아파트 안에도 차가 들어오고, 한 명이라도 태워준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장단점을 쓴 체험기들이 넘친다. 많은 이가 꼽는 장점은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온다” “기사의 수다를 강제로 들을 필요가 없다”는 거다. 운전을 험하게 하지 않는 걸 좋게 평가한 이도 많았다. 기사가 철저히 매뉴얼화된 서비스를 지키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타다는 카풀을 금지하는 현행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규정 때문에 나름 ‘꼼수’를 썼다. 11~15인승은 카풀을 허용해 주는 예외조항을 활용했다. 굳이 11~15인승 차를 쓸 필요가 없었다면 이용료가 지금보단 쌌을 거고, 서비스도 훨씬 전면적이었을 거다.

서울시 법인택시는 하루 평균 13만3500원의 사납금을 회사에 낸다(서울 노동권익센터). 사납금을 떼면 한 달에 150만원 정도를 번다고 한다. 최저임금보다 턱없이 적다. 기사들은 고생하는데 시민 불만은 하늘을 찌른다. 혁신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서 출발한다. 택시산업이야말로 실로 골치 아픈 문제다.

타다는 앞으로 장애인·임산부·노인을 위한 타다 어시스트를 출시할 예정이다. 택시를 너무나 이용하고 싶은데, 택시로부터 외면받는 이들이다. 기술과 결합된 혁신이 기존 산업의 반대를 뚫고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궁금하다.

최지영 산업2팀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