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울 때 받은 나눔이 인생 바꿔…이젠 다른 이의 꿈 도와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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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부산시 연제구에서 경찰로 일하고 있는 이상경(44)씨는 올해 가장 잘한 일로 100만원 기부를 꼽는다.

사랑의열매 ‘나눔리더’ 542명 동참 #월 2만~3만원 기부 가게·가정도 #“사랑의온도탑 36도 … 온정 아쉬워”

그는 지난 5월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사랑의열매)에 100만원을 전달했다. 자신이 학창시절 받은 은혜에 대한 고마움을 갚기 위해서다. 다섯 살 형이 있던 그는 집안 형편상 고등학교에 진학하기 어려웠다. 학업의 꿈을 포기하려던 차에 지역 기업에서 지원하는 장학금을 받았다. 고등학교 학비 전액을 낼 수 있는 돈이었다. 그는 결국 경찰대학에 입학해 1998년 임관했다. 이후 자신과 같이 어려움을 겪은 사람을 도울 방법을 고민하던 차에 신문에서 ‘나눔리더’에 관한 기사를 읽었다.

나눔리더는 사랑의열매가 지역사회 기부를 늘리기 위해 지난해 6월 시작한 프로그램이다. 연간 100만원을 한 번에 기부하거나 약정을 통해 나눠내겠다고 신청하면 회원으로 가입할 수 있다. 이씨는 “사춘기 시절 주변에 아무도 없다고 느낄 때 받은 기부가 내 인생을 바꿨다”며 “내가 한 기부도 누군가의 꿈을 응원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올해 542명이 상경씨처럼 나눔리더 회원이 됐다.

개인이 아닌 단체는 나눔리더스클럽에 가입하면 된다. 지난해 6월 나눔리더 프로그램과 같이 시작한 나눔리더스클럽은 동호회, 동창회, 팬클럽, 향우회 등 이름으로 기부하는 단체형 모금 프로그램이다. 3년 동안 1000만원 이상을 한 번에 기부하거나 약정을 통해 회원 가입할 수 있다.

나눔리더나 리더스클럽 회원이 되면 정부와 공공기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행사에 초청받을 수 있고 인증패가 증정된다. 전국 56개 단체가 리더스클럽에 회원으로 가입했다. 자영업에 종사하며 매월 3만원 이상을 기부하는 ‘착한가게’, 가정에서 매월 2만원 이상을 기부하는 ‘착한가정’ 프로그램도 있다. 서울에 사는 전정윤씨는 암 투병 중이신 어머니를 위해 의미 있는 선물을 드리고자 착한가정에 가입했다. 대학교를 4년간 장학생으로 졸업한 그는 “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 수입의 20%는 기부하자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전씨는 착한가정에 증정하는 인증패를 어머니께 선물로 드렸다.

하지만 개인 기부는 지난해부터 주춤하고 있다. 사랑의열매에 따르면 2014년 1709억원이던 연간 개인 기부액은 2015년 1792억원, 2016년 1940억원으로 증가했지만, 지난해 1939억원으로 뒷걸음질했다. 올해 역시 ‘희망2019나눔캠페인’을 통해 모금한 금액이 19일 기준 141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7.2% 수준에 그쳤다.

이장희 사랑의열매 홍보미디어팀장은 “사랑의온도탑 온도가 36도 정도로 아직 100도에 가려면 많이 모자란다”며 “연말인 만큼 따뜻함을 나누는 마음이 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나눔리더·리더스클럽, 착한가게·가정 프로그램에 가입하지 않아도 ARS나 문자로 기부에 참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태윤 기자 lee.ta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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